(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북한이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놓고 중국과 러시아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하며 미국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외무성은 21일 홈페이지에 '중국과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초래한 미국을 신랄히 비난' 제목의 글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목소리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며 "미국이야말로 세계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주범이며 긴장 격화를 초래하는 화근이라는 것을 실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미 비난 사례로 내세운 것은 중국과 러시아 정부의 입장이다.

우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강권과 군사적 수단을 통한 문제해결이 더 많은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는 교훈을 미국은 성실히 돌이켜보아야 한다"는 발언을 맨 앞에 내세웠다.

전날에 이어 또다시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의 "미국은 쩍하면 다른 나라에 대한 전쟁과 군사적 간섭을 일삼는 자기의 정책을 성근(성실)하게 돌이켜보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간판 밑에 감행하는 내정 간섭과 평화 파괴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일갈도 인용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아프가니스탄 정부군과 탈레반 사이의 대결 상태는 미국의 비건설적인 사고 과정의 후과(나쁜 결과)"라며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미국을 강하게 비난했다고도 전했다.

북한 외무성은 전날 중국 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사태 관련 발언을 소개하며 '미국 책임론'을 꺼내든 데 바 있다. 이날은 러시아 정부의 입장까지 더해 좀 더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특히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계기로 미국이 북한에도 압박해 온 인권개선 요구 등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