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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9-17 08: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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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대부분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가장 가까운 국가, 북한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것은 여전히 많지 않다.
린지 밀러가 쓴 '비슷한 곳조차 없는'(인간희극)은 그런 북한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다. 저자가 남편인 영국 외교관을 따라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 북한에서 거주한 기록을 담았다.
책은 북한 주민의 모습, 경제 동향, 풍광 등 북한 사회와 자연환경을 글과 사진으로 엮었다.
[인간희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저자가 처음부터 북한 주민들에게 다가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며 가며 마주치는 일반 북한 주민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들은 외국인과 어울리는 모습이 남에게 어떻게 비칠지 두려워하는 게 역력했다."
그러나 통제된 국가라 해도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했다. 말을 계속 주고받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로 발전하기 마련이니까.
주점 직원 민정 씨가 그런 경우였다. 북한 주민들은 겉으로나마 예의를 차리는 편인데, 민정 씨는 처음부터 "차가운 눈빛"으로 일관했고, 그런 점에 저자는 매료됐다고 한다. 저자는 그를 자주 찾아갔고, 마침내 일상적인 대화도 나눌 수 있게 됐다.
"민정 씨는 나에게 자신의 일상이 얼마나 지루한지, 틈만 나면 선을 보라는 부모님이 얼마나 피곤한지, 친구들한테 살을 좀 빼라는 말을 듣는 것이 얼마나 지겨운지에 대해 의외로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책에는 사람 사는 모습이 담겼다. 은퇴를 기다리는 류씨 아저씨, "외부 세계에 눈을 뜬 후 결코 예전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는" 외교관, 술에 취해 등장한 운전면허 심사관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날 수 있다.
[인간희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아울러 묘향산의 소나무 향, 연기 가득한 평양 맥줏집의 소란함, 동틀 녘 원산 해변의 잔잔함 등 북한에서 느꼈던 저자의 여러 경험과 감각도 글과 사진 속에 녹아 있다.
"내가 감히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없다"고 밝힌 저자는 북한 주민에 대한, 북한 지역에 대한 애정을 책 곳곳에 담았다.
"무엇보다도 열병식, 탱크, 선전물이 그려진 벽화 이면의 사람들, 친절하고 재미있고 창의적이며 내면이 단단한, 내가 만났던 북한 주민들을 독자들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을 읽다 보면 '비슷한 곳조차 없는'이란 책 제목은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비슷한 곳이 있는' 사람들의 잔영이 글에 어른거린다.
책의 부제는 '기억의 색감으로 남은 북한살이 2년.
송은혜 옮김. 288쪽. 1만6천원.
[인간희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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