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가상화폐 거래소에 스피어피싱…백신 제약사 사이버공격도
  • 관리자
  • 2021-10-05 06: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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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대북제재 보고서 공개…"경제난 속에서도 핵·미사일 개발 계속"

코로나 봉쇄에 정유수입·석탄수출 위반은↓…한국, 제재대상 선박 억류중

북한 백신ㆍ치료제 원천기술 해킹 (PG)
북한 백신ㆍ치료제 원천기술 해킹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북한이 가상화폐 거래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제조사들에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도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유지한 반면, 정유제품 수입과 석탄 불법수출 물량은 국경 봉쇄 여파로 예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현지시간)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 중간보고서는 매년 되풀이되는 북한의 다양한 제재 회피 실태와 그 수법을 자세히 소개했다.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이 자체 조사 결과와 여러 회원국의 보고, 언론 보도 등을 토대로 작성한 이 보고서는 15개국으로 구성된 안보리의 승인을 거쳤다.

◇ "북, 중국과 합작기업 및 가상자산 통해 국제금융망에 접근"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해외 주재원, 중국과의 합작기업, 가상자산 등을 통해 국제 금융망에 지속해서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한은 가상화폐 거래소 등을 대상으로 스피어피싱(특정한 개인 또는 단체를 겨냥한 사이버 피싱) 공격을 집중적으로 펼쳤다.

공격 대상자를 선정해 악성코드를 심은 이메일 등을 집요하게 보내 클릭을 유도한 뒤 해당 시스템을 감염시키는 방식이다.

이번 보고서에는 북한이 사이버 공격으로 챙긴 금액이 얼마인지는 적시되지 않았다. 지난 3월 말일 발간된 직전 보고서는 북한과 연계된 해커들이 2019년부터 2020년 11월까지 3억1천640만 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훔쳤다고 기술했다.

전문가 패널은 각국 정부에 북한의 스피어피싱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A) 지침을 참고해 위협을 줄이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해커조직 '라자루스'와 '킴수키'는 이번에도 보고서에 이름이 올랐다. 이들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들을 겨냥해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각국 은행과 기업에서 거액의 현금 및 가상화폐를 빼돌린 혐의로 지난 1월 미국 법무부가 기소한 북한 해커들
각국 은행과 기업에서 거액의 현금 및 가상화폐를 빼돌린 혐의로 지난 1월 미국 법무부가 기소한 북한 해커들

(서울=연합뉴스) [미 법무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 영변 재처리·농축시설은 가동 중…원자로는 중단

북한이 경제난 극복에 집중하는 가운데서도 핵·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다만 지난 3월 발사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 외에는 기존의 미사일과 핵시설 인프라를 유지·개선하는 선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번 조사 기간인 지난 2월 6일∼8월 3일 사이에는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는 없었고, 단거리탄도미사일만 발사했다.

영변 핵시설의 5㎿ 원자로는 가동 중단됐지만, 우라늄 농축시설은 가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영변 핵시설 방사화학실험실에서도 활동이 관측됐다고 전문가패널은 전했다. 방사화학실험실은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공장이다.

전문가패널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재처리 활동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지난 6월 성명에 주목한다고 언급했다.

또 북한이 열병식에서 선보인 새로운 형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에 대한 설명, 북한과 이란, 시리아 사이의 군사 협력 가능성도 보고서에 담겼다.

◇ 코로나 봉쇄에 북 정유제품 수입 '뚝'…석탄밀수출도 4분의1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경 봉쇄로 북한의 제재 위반 '단골 메뉴'인 정유제품 수입 상한선 초과와 석탄 불법 수출이 확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북한의 정유제품 수입은 2만3천750배럴로 연간 상한선인 50만 배럴의 4.75%에 불과했다.

지난해 1∼9월에 수입 한도를 "여러 배" 초과했다고 직전 보고서에 기재된 것과 비교하면 수입량이 대폭 감소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석탄 불법 수출 역시 올해 1∼4월 추정치가 36만4천t으로, 작년 4개월 평균치인 120만t의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치품과 소비재 수입도 국경 폐쇄에 따라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북한으로의 주류 운송이 지난해 초부터 사실상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그러나 파악되지 않은 북한의 제재 위반 사례는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회원국은 북한의 정유제품 불법 수입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올해도 최종적으로는 수입 상한선을 초과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사치품 역시 자동차 부품이나 인테리어·디자인 관련 제품이 남포항을 통해 불법으로 들어오고 있음을 시사하는 언론 보도가 인용됐다. 따라서 고급 자동차와 주류 수입도 일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고급 자동차 수입 건에 대한 조사도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패널은 이탈리아 업체에서 판매한 메르세데스 벤츠 2대가 홍콩을 통해서 북한에 들어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홍콩 측에 질의를 보냈고, 도요타 렉서스 밀수출 시도에 대해서도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 식별장치 위조하고 다른 선박으로 위장…제재회피 여전

북한의 불법 해상 수출입 건수가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시도는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일부 유조선들이 선박 등록을 취소당한 뒤에도 위조된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신호를 발신하거나, 외관과 선박 정보를 바꿔 다른 배로 위장해 항해하는 사례들이 보고서에 담겼다.

과거 한국 기업 소유였던 선박들이 중국을 거쳐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동원된 사례도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Y사가 운영·관리하던 '신평 5호'가 중국 업체에 팔렸다가 지난해 10월 북한 선박으로 등록됐고, 2019년 북한에 고급 차량과 전자제품을 실어나른 중국 선박 '지위안호'는 과거 한국 K사 소유 선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 정부는 2017년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빌리언스 18호'가 '슝파'라는 이름으로 위장해 지난 5월 우리 항구로 들어온 것을 적발하고 억류해 조사 중이라고 대북제재위에 보고했다.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외화벌이도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리 결의에 따라 2019년 12월 22일 이후 모든 북한 노동자를 송환해야 하지만, IT와 건설 등의 분야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여러 나라에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유엔 기구·NGO, 대북 인도지원 약화 우려

전문가패널이 제재 면제를 신청한 38개 유엔 기구와 비정부기구(NGO)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은 제재 면제 획득이 지연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통관이 지연되고 물류비용이 늘어나면 이들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이 줄어들고, 해외 공급업체들의 참여 의욕이 떨어질 가능성도 염려하고 있다.

전문가패널은 이와 같은 대북 제재의 의도치 않은 영향을 2페이지에 걸쳐 기술하면서 인도적 지원 활동을 위한 안정된 금융채널 복구, 북한 주민에 대한 제재의 부정적 영향 완화를 위한 절차 논의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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