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09-29 07: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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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화 의사를 내비친 뒤에도 또 미사일을 발사해 그 의도가 주목된다. 북한이 28일 오전 동해상으로 쏜 발사체 1발은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된다고 합참이 밝혔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를 연 뒤 발사체를 '단거리 미사일'로 표현했다.
미국은 탄도미사일로 판단하는 듯하다. 북한의 무력시위는 올해 들어 여섯 번째고, 열차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는 13일만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남북 간 상호존중이 유지되고 이중잣대를 없앤다면 종전선언과 정상회담 등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의 담화문을 발표한 지는 사흘만이다.
김 부부장은 북한의 대남·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한 발언이나 공식 반응과 다를 바 없다. 김 부부장 담화 뒤 청와대와 정부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신중 모드를 유지했다.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는 남측의 구체적인 반응을 떠보기 위한 시위로 보인다.
김 부부장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남측에서 도발로 규정한 것을 두고 '이중 기준'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는데 관련 답변을 압박하는 수순인 셈이다. 북한이 필요할 때마다 써먹는 집중 압박 전략의 재판이다. 구체적으로 대화 용의를 이야기하면서도 진전 노력은커녕 다른 한편으론 군사적 긴장도를 높이는 행위는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비슷한 시각 유엔주재 대사의 입을 통해 대북 적대 정책을 포기해야만 대화에 응할 수 있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한미 합동 군사연습과 전략무기 투입을 영구 중지하라는 게 구체적인 요구다. 남측에 대해선 첨단무기 개발 등으로 군사적 균형을 깨뜨리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부부장 담화의 연장선에 있는 선결조건 제시다. 다수의 핵무기를 이미 확보한 북한이 한미에 대해선 억지력을 포기하라는 주장과 다름이 없어 보인다. 이런 주장에 설득력이 있으려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내놓는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편에 일방적인 무장 해제를 요구하는 것이다. 북한은 일련의 입장 발표에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균형이 깨지는 상황을 우려하며 자위력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남한의 자위권을 위협하는 핵확산 활동을 멈추는 게 우선이다. 올해 들어 벌인 탄도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안보리 제재 위반으로, 주권 국가에서 시행하는 억지력 강화를 위한 다른 군비 증강과는 다른 문제다. 안보리 제재는 북한의 우방인 중국, 러시아도 참여해 결정하는 국제적 규칙이다. 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대화를 통한 갈등 해결을 원한다면 명백한 긴장 고조 행위는 해서는 안된다.
북한이 쏜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200㎞에 못 미치고, 고도도 지난 15일 단거리 미사일(60㎞)의 절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미사일 시험일 수도 있다고 한다. 저강도 무력 시위인 셈이다. 정부는 미사일 발사에 유감을 표명했지만, 유엔 대북 제재를 어긴 탄도미사일 발사인지에 대해선 신중한 분위기를 나타냈다.
북한을 되도록 자극하지 않고 소통 물꼬를 트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정부가 그간 명백한 제재 위반이나 고강도 도발이 아니라면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이번 반응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날 저강도 시위는 대화 재개를 위한 명분 쌓기용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정부가 보여온 일관된 반응에 비춰 북한이 대화에 나설 명분은 부족하지 않다. 비핵화 방법론을 대하는 남북 간, 북미 간 인식차는 여전히 현격하다.
상호 주장만 도돌이표로 반복하기보다는 접점 모색 노력이 늘 중요하다. 그러려면 조건 제시로 벽을 치지 말고 소통 물꼬를 트며 대화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단절된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북한은 요구만 하지 말고, 비핵화로 향하는 실질적 조치도 제시하며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는 긴장지수가 더 오르지 않게 상황 관리에 힘쓰고, 북한을 대화로 유인할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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