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09-27 06: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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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9월 24일, 호위사령부 창립일인 이날 직속 55처 처장 리모(당시 상좌) 씨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호위사령부 보위부에 불시 체포돼 공개적으로 처형됐다.
평양시 모란봉구역 천리마 동상 바로 아래 지휘부 사무실이 있는 호위사령부 직속 55처는 중구역 만수대언덕 김일성-김정일 동상과 대성구역 대성산혁명열사릉까지 이어지는 지하갱도를 관리하는 곳이다.
북한에서는 이 지하갱도를 일명 ‘사적갱도’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전시(戰時)와 같은 비상시국에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의 동상을 그대로 갱도로 내려 분리·보관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의 총책임자로 있던 리 처장이 갑자기 호위사령부 보위부에 체포돼 처형된 이유는 무엇일까.
2020년 1월 호위사령부의 전시용 조명, 환풍용 발동기, 연유(燃油) 등이 55처로 이송돼왔다. 이런 전시물자들을 이관받은 리 처장은 면밀한 조직사업으로 이를 분할 보관했다.
그리고 2월 초, 리 처장은 사적갱도 내부를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보수하라는 상급의 명령을 받고 사업을 지휘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4개월여가 지난 6월 중순에 갑자기 천리마 동상 아래 위치한 55처 지휘부 사무실에 호위사령부 보위부가 들이닥쳤다. 그리고는 리 처장을 현장에서 체포해 트럭에 실어 직속 영창관리부로 데려갔다.
호위사령부 보위부는 체포된 이유를 설명해 달라는 리 처장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10일간 그를 영창에 넣어 잠도 안 재우고 물만 먹이면서 고문을 가했다.
체포 11일째 되는 밤에 중좌 계급의 담당 예심원이 리 처장 앞에 서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예심원은 다짜고짜 리 처장에게 “부대에서 점검 보수를 하라고 했지, 전시 연유를 마구 쓰라고 했는가”라며 따져 물었다.
그 말을 듣고 체포된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한 리 처장은 “55처 전기 사정이 옛날 같지 않아 전기가 잘 안 들어온다. 그래도 평시에 사적갱도는 10m당 한 개 직류 소(小) 전구를 켜서 근무설 수 있지만, 3년에 한 번씩 대대적으로 점검 보수할 때는 평시보다 더 많은 전구를 달아야 한다. 그런데 보장된 연유만으로는 전구를 계속 켜둘 수 없으니 전시 연유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호위사령부 보위부는 이런 리 처장의 설명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전시 연유 관리규정 미준수, 사적갱도 주요 설계도 및 내부구조 기밀 누설을 문제 삼아 “사적갱도를 기술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연대적 책임을 인정하라”며 혹독한 고문을 가해 자백을 강요했다.
그러는 사이 이 사안이 김정은에게 보고돼 그를 공개적으로 처벌하라는 방침이 내려졌고, 이에 따라 호위사령부 보위부는 그해 9월 24일 호위사령부 창립일에 직속 37여단(평양시 삼석구역) 사격장에서 리 처장을 공개재판하고 총살했다.
이 사건이 있고 난 뒤 호위사령부는 제의서를 올려 55처의 지휘관, 기술 역량까지 모두 교체하는 등 부처 개편을 단행했다. 이로써 리 처장과 함께 일했던 지휘관들은 지방 호위사령부 여단들로 보내졌고, 55처는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전문부서 성원들로 꾸려지면서 호위사령관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는 별도 부처로 분리됐다.
이에 훗날 리 처장의 부대 전우들은 “55처를 분리 격폐해 특급 비밀 부처로 승격시키고 가장 믿을 수 있는 성원들로 관리하려는 계획이 이미 전부터 있었던 것 같다”면서 “아까운 지휘관(리 처장) 하나가 죽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호위사령부 고위 간부들 속에서는 “새로운 역량을 투입해 갱도 내부 자동화 장치와 설비, 궤도, 통로들을 다시 설계할 계획이어서 전반적인 실태를 잘 아는 기존 총책임자는 사실 죽을 판이었다” “55처장 직무는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자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일부 간부들은 “사람이 좀 융통성이 있어야 사는데, 빈농 집안에서 태어나 실력으로 55처 처장이 돼 상급에 아첨할 줄 모르고 뻣뻣하게 나온 것으로 호위사령부 창립절에 개죽음을 당한 것 아닌가”라며 리 처장의 부족한 처세술이 근본적 원인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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