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전군(全軍)에 ‘월동준비 계절’을 맞아 자체적으로 석탄을 확보하기 위한 실무 작업에 돌입하라는 명령문을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일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는 북한이 인민군에도 월동준비용 석탄 채굴, 생산, 보관, 운반 등 관련 업무를 부대 단위 자체 해결 과제로 돌리면서 자강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평안남도 군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성은 지난달 25일 명령문에서 2021년~2022년 작전 및 전투정치훈련 성과적 진입을 위한 ‘전군 훈련 준비 및 월동준비 계획’을 하달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올해부터는 전군에 경리부대를 정규 편제화하고 이는 필요한 부대 석탄량을 자체로 생산 보장하려는 조치라고 명령했다는 부분이다.
북한 군에서는 보통 물자, 수송 등 후방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일을 ‘경리’라고 지칭하는데, 과거에는 비(非)편제로 임시로 노력을 동원해 업무를 처리해왔었다.
이에 따라 가을이 시작될 무렵 분대, 소대 정도의 인원이 탄광에 차출돼 국가공급 규정량 외 석탄을 마련했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제는 아예 탄광에 틀고 앉아 탄전에서 군사 복무를 하는 인원을 꾸리겠다는 것”이라면서 “부대별 인원수에 따라 다 다르긴 하지만 중대, 대대까지로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양시 군 소식통도 “올해 가을부터는 탄장에 전문적으로 주재하는 경리부대들이 부대 지휘부 후방부 지시 아래 업무를 시작하게 될 예정”이라면서 “벌써 각 부대에서는 차출된 인원들을 대상으로 ‘땔감 문제를 자체로 해결하는 모범을 창출하자’는 교양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탄 자체 마련 지시는 이른바 ‘훼손된 군민(軍民) 관계 정상화’와도 연결돼 있다고 소식통은 지적한다. ‘인민군대가 탄광 노동계급이 다 캐놓은 석탄을 손쉽게 가져오는 비리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이제는 인민군대의 월동준비 석탄은 전적으로 부대 자체의 힘으로 생산해 인민들에게 손 내밀면 안 된다’고 상부에서는 강조하고 있다”면서 “군에서 다 가져가면 정작 산업 현장에서 차질이 빚어졌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 룡등 탄광(평안북도 룡등노동자구 소재)탄부들의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경리부대가 ‘깜빠니아(캠페인)’ 형식으로 모집‧운영돼 비위가 적지 않았다는 점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도 보인다.
이와 관련 이 경리부대는 캐낸 석탄을 팔아 부대 외화벌이 자금 확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이른바 뒤로 빼돌리는 게 많아 ‘탄을 팔아 장가 갈 준비까지 다 한다’는 비아냥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또한 이 같은 ‘먹을 알이 있는 업무’이다 보니 뒷돈(뇌물)로 이 조직에 들어가려는 다툼도 적지 않게 벌어지곤 했었다.
소식통은 “올해 새로 편제화된 경리부대들은 배정된 탄광에서 폐갱이나 생산 조건이 어려운 갱, 막장들을 맡아 부대별 월동준비를 자체 해결해야 하는 방대한 임무가 주어졌다”면서 “향후 강화된 부정부패와 관한 감시도 지속 받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본격 업무에 돌입하기 전 비리 동향이 감지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우수한 탄전을 쟁취하기 위한 부대 후방부별 국방성, 후방총국 담당 부서 뒷거래가 이뤄졌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국방성과 내각이 공동 협의로 부대들에 탄광들이 배정될 예정이라고 하니 각 후방부가 안달이 난 것”이라면서 “이는 탄광이 바뀌면 올해 월동준비 석탄 공급에서부터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