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9-12-11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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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기관, 기업소, 단체들과 개별적 공민 또는 외국법인·외국인의 재산상, 인신상 분쟁과 관련해 민사소송이나 국가중재 및 국제중재 대리 업무를 진행합니다."
어느 서초동 로펌의 광고가 아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이 11일 홍보한 대형로펌 '룡남산법률사무소'의 업무 영역이다.
이 매체는 김일성종합대학에 자리 잡고 있는 룡남산법률사무소가 최근 홈페이지를 개설했다면서 "법률적 문제를 상담해주는 사업을 비롯해 법률문서 서비스, 법률지적제품 교류"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특히 "기관, 기업소, 단체, 공민(주민)들의 대내외적인 부분적 경영거래 관계나 일반적 재산관계와 관련한 대리권을 위임받아 대리 업무를 진행한다"며 "해당 기관의 의뢰와 당사자들의 위임에 따라 사선변호 업무도 진행한다"고 전했다.
그중 개별 주민의 재산상 분쟁에 민사소송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법률사무소가 내부 주민을 위한 소송을 담당한다는 것은 최근 시장화의 확산으로 개인재산의 개념이 커지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선병주 변호사(민주평통 통일법제분과위원회 상임위원)는 "시장화로 북한에도 사유재산 개념이 점차 커지고 법적 분쟁이 생기면서 관련 법률 서비스 수요가 생기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들어온 일부 탈북민은 북한에 거주할 때 재산분쟁이 발생해 변호사를 고용한 적이 있다고 증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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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북한이 대형로펌 설립으로 외국인을 겨냥한 법률서비스에 나선 것은 외자 유치를 위한 법률적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1996년 민간법률봉사단체인 평양대외민사법률상담소를, 2004년 10월 평양법률사무소를 개소하고 2007년 6월에는 고려법률사무소를 설립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법률 수요를 충족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대북제재 강화로 외국인 투자의 문호가 막히면서 관련 서비스도 주춤했다. 북한 내 유일한 국제법률회사였던 조선국제무역법률사무소는 2016년 8월 북한 관련 영업활동을 중단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룡남산법률사무소를 홍보하고 나선 것은 김정은 시대 들어 다시금 외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들어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양덕 온천관광지구 등을 보수하며 '외화벌이'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선 변호사는 "우리나라도 외국 투자를 유치할 때 대형 로펌에서 절차를 알선하고 수수료를 받는 것처럼 룡남산법률사무소 역시 유사한 서비스를 추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장은 투자를 못 받더라도 '우리가 이 정도로 준비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룡남산법률사무소가 김일성종합대학에 자리 잡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북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김일성종합대학에는 북한에서 유일하게 법을 가르치는 법률대학이 있다. 2000년 기존 법학부를 단과대학으로 승격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사회 전 분야에서 독자적인 경영활동을 하는 독립채산제를 강화함에 따라 대학이 인적 자원을 동원해 수익 창출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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