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제재에 코로나까지 설상가상…경제계획 '하향조정'
  • 관리자
  • 2020-04-13 07: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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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적 대재앙 전염병으로 우리 전진에 장애"

국경 봉쇄로 중국·러시아와 무역 급감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생각지 못한 변수까지 만나면서 경제 목표치를 하향조정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1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열고 '주체108(2019)년 국가예산집행 정형과 주체109(2020)년 국가예산에 대하여' 안건을 논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12월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사업에서 일부 정책적 과업들을 조정 변경할 데 대한 대책적 문제들'이 핵심 논의 석상에 올랐다.

북한은 지난 전원회의에서 달성이 불투명한 5개년 경제발전 전략 대신 '나라의 경제를 안정적으로, 전망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10대 전망 목표'를 세우겠다고 밝혔는데, 이마저도 손댄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통상 매년 4월에 우리의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입법과 국가직 인사, 예산·결산 등의 안건을 처리한다.

그런데 이번 회의에서는 늘 하던 예·결산이 논의된 게 아니라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을 인정하고 최고지도자가 세웠던 목표들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12일 조선중앙통신은 그 배경에 대해 "지난해 말에 발생한 비루스(바이러스)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국경과 대륙을 횡단하는 전 인류적인 대재앙으로 번져지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루스 감염 위험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불가능하다"며 "이 같은 환경은 우리의 투쟁과 전진에도 일정한 장애를 조성하는 조건으로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 "코로나 박멸전까지 비상방역…격리 500여명"
북한 "코로나 박멸전까지 비상방역…격리 500여명"

(평양 교도=연합뉴스) 북한은 4월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현재 격리된 인원이 500여명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3월 30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하는 평양 시민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photo@yna.co.kr

실제로 북한의 대외환경은 녹록지 않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에 따라 외화벌이 창구 역할을 하던 해외 파견 노동자의 상당수가 지난해 말 북한으로 송환됐다.

여기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중국의 대북관광이 중단되면서 김 위원장이 야심 차게 추진하던 양덕온천 관광지구, 마식령스키장 등 관광사업도 붕 뜬 상태가 됐다.

게다가 북한은 코로나19가 유행하자 지난 1월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한 것은 물론 러시아 등 주요 무역 대상국 외국인들의 출입국마저 막는 봉쇄정책을 썼다.

이런 정황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국제무역센터(ITC) 수출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북한의 대(對)러시아 수입액은 292만 달러로, 지난해 1월(684만 달러)과 지난해 12월(422만 달러)보다 각각 57%, 30% 감소했다.

또 중국의 관세청 격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이 1∼2월 북한에서 수입한 상품 금액은 1천7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9% 감소했다. 이 기간 중국의 대북 수출 역시 작년 동기보다 23.2% 줄어든 1억9천740만달러에 그쳤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북한 경제가 아무리 폐쇄적이라 하더라도 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 경제 침체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코로나 사태가 쉽게 종식되긴 어렵고, 이에 따라 경제에 큰 충격이 가해졌다는 인식을 반영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와 달리 '계획의 현실성'을 강조해왔는데,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듯 계획을 상황에 맞게 수정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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