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환전 단속 강화하자 외환거래 더 ‘음지화’
  • 북민위
  • 2024-12-17 08: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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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시장 환율이 폭등하자 북한 당국이 개인 간 외환 거래를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 국가가 허가하지 않은 비공식 외환 거래 때문에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국가의 환전 통제로 인해 외환 거래가 더욱 음지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장마당들에서는 외화를 판매하는 돈데꼬(환전상)들이 자취를 감춘 상태다. 개인 간 외화 환전을 통제하는 타격대가 전국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현장을 급습해 환전상들을 체포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장 이곳저곳에서 서성이다 환전이 필요한 고객이 찾아오면 으슥한 골목이나 자신의 본거지 주변으로 데려가 실물 화폐로 달러나 위안을 환전해준다.

시장에 나와 있는 환전상들은 개인 고객을 상대하고 주로 500달러 이하의 비교적 소규모 액수를 환전해 주는데, 이들이 시장에 나오지 않으면서 이들과 여러 번 거래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 전화로 이들에게 연락해 제3의 장소에서 은밀히 환전 거래를 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더 큰 규모로 외화를 취급하는 거물 환전상이나 이관(송금)집에서 달러나 위안으로 현금을 빌리고 원금에 이자를 더해서 갚는 식으로 일명 ‘돈 장사’를 하는데, 환율 단속이 심화되면서 보다 거물 환전상이나 이관집들이 장마당에 나가 소규모로 환전을 해주는 환전상들에게 외화를 내주지 않고 있다.

장마당 환전상들은 돈 장사를 할 외화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당국의 환전 단속이 강화되면서 활동이 크게 위축된 셈이다.

내부 소식통들을 통해 파악한 바에 의하면 북한 당국은 올 하반기 들어 개인 외환 거래에 대한 단속의 강도를 지속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평안북도 신의주에서만 5명의 환전상이 취급하던 외화를 압수당하고 가족과 함께 오지로 추방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돈데꼬’ 때리기 지속하는 北…한 달 새 5명 가족과 추방)

북한 당국은 지난 4월과 9월 ‘국가의 통제권 밖에서 물자를 유통시키거나 외화를 암거래하는 행위를 절대로 하지 말라’는 포고문을 하달한 이후 계속해서 개인 환전 거래를 단속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 9월 전국 당 기관과 인민위원회에 배포한 정치사업자료에서 “모든 단위와 공민들은 현금을 유통할 때 국가가 정한 협동화폐거래소 환율인 1US$:8900원을 무조건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 신고 체계를 확실시 세워 환전상들이 협동화폐거래소 환율보다 높게 화폐를 교환해 줄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북한이 정한 환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북한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만 8000원대로 치솟으면서 협동화폐거래소 환율이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라 북한 당국이 이를 상향 조정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비교적 큰 규모로 외화를 취급하는 거물 환전상이나 이관집들도 대부분 실물 화폐 거래를 중단하고 전화로만 외환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평양 소식통은 “돈데꼬들이 지금은 현아(달러)나 비(위안)를 실물로 주고받지 않는다”며 “개인이나 잔챙이는 절대로 상대하지 않을뿐더러 오랫동안 일을 해 온 사람들하고만 전화로 거래한다”고 말했다.

활동 반경을 좁히고 몸을 낮추면서 당국이 포착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외환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환전 거래가 음지화되면서 환전 수수료가 높아지고, 거물 환전상들끼리의 네트워크가 강화돼 당국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쉽게 안정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남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모든 조건이 같다는 전제하에 단속이 심화되고 있다면 단속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웃돈)이 발생할 것”이라며 “게다가 단속으로 인해 외화 공급이 감소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요소들이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지속적인 공급 감소로 북한 주민들이 보유한 외화가 고갈되는 상황이 되면 환율 상승이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남 부연구위원은 “북한 주민들이 통용할 수 있는 외화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달러라이제이션이 지속되기는 어렵고 또한 북한 무역을 할 때 차익거래(Arbitrage)를 하는데 국제시세와 맞지 않으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국제시세와 통용되는 수준에서 안정화가 될 것”이라며 “다만 그 시점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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