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결이 다른 대남·대미비난…남측과 대결·미국엔 유보적
  • 관리자
  • 2020-06-12 13: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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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비난 주민 보는 노동신문에 게재…대미비난은 '대외용' 조선중앙통신에만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북한이 연이틀 미국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면서도 이를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실어 눈길을 끈다.

이는 남한 정부에 대한 비난 담화와 일련의 보복 조치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해 전 주민이 보고 듣는 대내용 매체에 일제히 실렸던 것과는 대조된다.

'탈북민 규탄' 토론하는 발전소 노동자들
'탈북민 규탄' 토론하는 발전소 노동자들(서울=연합뉴스)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이에 대한 남한 정부의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북한 내부에서도 대북전단 문제에 관한 반향을 내놓고 있다고 노동신문이 7일 보도했다. 사진은 마스크를 쓴 채로 신문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평양 화력발전련합기업소 노동자들. 한 노동자는 마스크를 벗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쥔 채로 이야기하고 있다. 2020.6.7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nkphoto@yna.co.kr

북한 리선권 외무상이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발표한 대미 입장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으로만 발표됐다.

리 외무상은 "우리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는 치적 선전을 위한 선물 보따리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권정근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 남북관계 단절에 대한 미국 국무부 관계자의 발언을 두고 "부질없는 망언"이라고 거칠게 비난한 것 역시 조선중앙통신에만 보도됐다.

발언의 강도가 약한 건 아니지만, 노동신문에서 보도하지 않아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은 정권의 대미기조를 파악하기 어려운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이 매체를 가려 담화를 소개한 것은 북미 협상의 경색 속에서도 여전히 북미 대화의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리 외무상이 "우리는 다시는 아무러한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역설적으로 대가 등 조건만 맞으면 협상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 각계각층, 대북전단 성토 이어가
북한 각계각층, 대북전단 성토 이어가(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각계각층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6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 공장 노동자들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린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를 보며 대화하는 모습. 202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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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탈북민단체의 전단과 관련한 북한 당국의 격한 반응과 남북관계 단절 조치들은 노동신문 등 대내 매체에 그대로 게재돼 전 주민이 정확히 아는 상황이다.

대북전단 살포를 두고 남측을 맹비난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지난 4일자 담화는 당일 조선중앙통신과 평양방송 등 대외용 매체뿐 아니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조선중앙TV를 내부에 일제히 공개됐다.

다음날 김 제1부부장 담화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노동당 통일전선부 대변인의 '적은 역시 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담화도 대내용 라디오인 조선중앙방송에 소개했다.

남북 정상의 핫라인 등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 단절 등을 결정한 지난 9일자 '조선중앙통신 보도' 역시 당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에 그대로 보도됐다.

또 노동신문과 민주조선 등 대내외 모든 매체에 북한 간부와 주민의 비난 기고문이 실리고 군중 집회가 줄줄이 열리는 등 전단 살포 당사자인 탈북민과 이를 '방치'한 남측 정부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격앙된 분위기가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며 대남 적대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이처럼 남북관계를 '대적관계'로 정의하며 적대 여론을 조성하고 있는 것은 대북전단 살포 사안을 북한이 얼마나 엄중하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전 주민에게 공개됐다는 점에서 대남 대결 조치와 입장이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판문점선언을 통해 대북전단 살포 중지를 합의했지만, 실질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조롱을 담은 대북전단이 살포되자 격한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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