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청바지 뿌옇게 뭉개버린 북한… TV 속 황당 검열 이유는
  • 북민위
  • 2024-06-13 07: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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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출연자의 청바지 부분이 흐릿하게 처리돼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이 국영방송을 통해 외국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출연자의 의상을 검열한 모습이 포착됐다. 입고 있던 청바지 부분을 흐릿하게 편집해 처리한 것이다.

조선중앙TV는 지난 25일 영국 BBC에서 2010년 방영한 교양 프로그램 ‘가든 시크릿’을 내보냈다. 원예사가 나와 정원 가꾸기 방법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이때 출연자로 앨런 티치마시가 등장하는데, 그가 흙밭에 무릎을 꿇고 앉아 식물을 다듬는 장면에서 화면 일부가 흐릿하게 변한다. 티치마시의 허리 아래쪽 청바지 부분을 블러(blur)처리 해 뿌옇게 뭉개버린 것이다.

BBC와 가디언 등 외신은 북한 방송이 티치마시의 청바지를 편집한 이유에 대해, 김정일 시절부터 시작해 최근 강화하고 있는 ‘악성적 서구 문화 퇴치’ 캠페인의 일환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청바지를 서구 제국주의의 상징이라며 금지해 왔다. 서구 문물이 북한 청년들에게 불러올 수 있는 ‘자본주의 황색바람’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자신의 복장이 검열 대상이 됐다는 소식에 티치마시는 “나는 내가 위험하고 전복적인 제국주의자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평범하게 꽤 무해한 사람”이라며 “내 청바지가 너무 꽉 끼는 건 아니었지만 북한에서는 분명 허용되지 않는 옷이었던 것 같다”고 BBC에 말했다.

최근 러시아 관광객의 북한 방문이 재개되면서 여행사가 공개한 주의사항에도 청바지와 관련된 내용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할 때 지켜야 할 복장 규정이다. 여기에는 노출이 심한 블라우스나 미니스커트·반소매 티셔츠·청바지·샌들을 착용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앞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2022년 북한 정권이 자본주의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단속 중이라며 “외국어가 적힌 스키니진, 티셔츠, 염색한 머리, 긴 머리 등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또 통일부가 지난달 공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보고서’에도 스키니진 등을 입을 경우 바지를 찢기거나 잘리고, 벌금을 내야 한다는 탈북민 증언이 담겨있다.

한편 BBC는 ‘가든 시크릿’이 2022년부터 북한에 여러 차례 방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조선중앙TV가 해당 프로그램을 어떻게 입수한 것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BBC는 “외국의 방송 콘텐츠의 경우 메모리카드에 담겨 비밀리에 중국 국경을 넘고 북한까지 들어간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서는 외국 콘텐츠를 소유하거나 거래하는 건 불법이지만, 북한 방송사는 종종 콘텐츠를 몰래 확보해 방송사 로고를 흐리게 처리하는 식으로 내보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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