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0-07-07 14:59:22
- 조회수 : 567
비건, 유연한 태도 강조하며 북에 협상복귀 촉구할듯
그의 담화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 특별대표가 7~9일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나와 미측에 경고 및 압박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2018년 9월 15일 외교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하기 위해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는 스티븐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1차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6월 11일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를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호텔로 들어서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북한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일인 7일 미국과 대화 가능성을 다시 한번 일축하면서 얼어붙은 한반도 정세의 반전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내심 분위기 전환을 바랐던 문재인 정부의 기대에도 찬물을 끼얹은 셈으로, 북한은 북미간 촉진자 역할을 모색하는 남측을 향해서도 '삐치개질(참견질)을 그만하라'고 비난했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이날 담화에서 "다시 한번 명백히 하는데 우리는 미국 사람들과 마주 앉을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4일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힌 지 사흘 만에 거듭 대화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최선희 부상보다 급이 낮은 권정근 국장이 다시 낸 것을 두고 비건 부장관의 방한일에 맞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권 국장은 또 "어떤 인간들은 우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가 '미국이 행동하라는 메시지'이고 '좀 더 양보하라는 일종의 요구'라는 아전인수격의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최근 북한의 행보가 미국과의 '기싸움' 차원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최선희 부상이 "우리와 판을 새롭게 짤 용단을 내릴 의지도 없는 미국"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미국이 새로 판을 짠다면 협상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해석하는 데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권 국장은 북미대화 가능성을 띄운 남측을 향해서도 '오지랖', '삐치개질', '잠꼬대' 등의 표현을 동원해 비꼬았다.
그러면서 "보기에도 딱하지만 중재자로 되려는 미련이 그렇게도 강렬하고 끝까지 노력해보는 것이 정 소원이라면 해보라"면서 "그 노력의 결과를 보게 되겠는지 아니면 본전도 못 찾고 비웃음만 사게 되겠는지 두고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대화와 협력에 무게를 담은 외교·안보 진영 인사를 단행하고 북한이 비난해 온 한미워킹그룹 개선방안을 미국과 논의하며 정세 반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남측을 향한 북한의 시선은 누그러지지 않은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현재의 북미협상에 구도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을 재차 밝히고 최근 한국 측 주도로 북미협상이 다시 거론되는 것에 대한 불쾌감의 표시이자 사전 경고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런 날선 반응에도 비건 부장관은 9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미국의 유연한 태도를 강조하며 북한에 협상 복귀를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당장 호응할 가능성은 적더라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입장을 정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북측은 비건 부장관 방한 기간 이뤄질 한미간 협의 결과에 따라 북측이 요구했던 한미군사연습 등 적대시 정책 내용에 관한 요구가 충족되면 대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11월 대선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더라도 그 이후엔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남아있다.
북한이 이번 최선희 부상, 권정근 국장 담화에서도 미국 정부나 트럼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지 않으며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권정근 국장의 담화도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 등에는 실리지 않은 점도 북미관계에 여지를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gogo213@yna.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이전글김일성 사망일 맞아 사상교양 강화…농민들 “가뜩이나 바쁜데…” 20.07.07
- 다음글국경경비 초소 증강해 감시 강화… “밀수 단속으로 분위기 삼엄” 2020.07.07 14:5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