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트럼프 확진 하루 만에 위로전문…"재선 바라는 메시지"
  • 관리자
  • 2020-10-05 07: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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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관계 회복 바라며 상황관리…트럼프에 악재될 ICBM 도발 없을듯"
북한 기록영화가 소개한 판문점 북미정상회동
북한 기록영화가 소개한 판문점 북미정상회동(서울=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1월 10일 '자주의 기치, 자력부강의 진로 따라 전진해온 승리의 해' 제목의 새 기록영화를 방영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 행적을 돌아봤다.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회담하는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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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발 빠르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쾌유를 바라는 공개 전문을 보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 과시 뿐아니라 오는 11월 대선에서 그의 재선을 바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평가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알려진 지 하루만인 이날 오전 7시께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위로 전문을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위로 전문은 200자 원고지 한 장 분량으로 짧게 작성했지만, "하루빨리 완쾌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당신은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는 등 명확하고 간결한 내용으로 진심 어린 마음을 표현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

이런 내용으로 전문을 보낸 데 대해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북미관계 회복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접지 않은 상황에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조처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한다면 그와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톱다운식' 대화 방식이 일단 유지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김 위원장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향식 접근보다 이를 선호하므로 상황을 계속 관리에 나가겠다는 의지가 전문 내용에 함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어문학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상 간 통 큰 결정을 바라는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재선을 바랄 수밖에 없다"며 "친서를 통해 북미관계 파탄을 막는 마지막 보루로 작용해온 정상 간 친분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후 북미관계가 급진전하길 바란다는 메시지가 강력히 깔려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은 지속한다는 기조 속에 외형상으로는 위로 서신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트럼프 재선을 바란다는 것을 강력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다 북한이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까지 트럼프에게 악재로 작용할 고강도 도발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숨은 메시지까지 담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나온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오는 10일 예정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 일부를 공개하더라도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간주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이번 위로 전문을 조선중앙통신이라는 대외용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에 따르면 두 정상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수십차례 친서를 교환했으나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이들 친서에서 '각하'(Your Excellency), '나 자신과 각하 사이의 또 다른 회담은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킬 것' 등의 화려한 미사여구를 구사했다.

북측은 우드워드의 책에 이러한 친서 내용이 고스란히 공개되자 굉장히 당혹스러워했다는 게 한국 정보당국의 전언이다.

양무진 교수는 "김 위원장이 북미 간 뉴욕 채널을 통해 먼저 서한(위로 전문)을 보낸 다음에 언론에 서한을 공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서 받은 편지를 조각조각 흘리는 패턴이었지만, 이번에는 김 위원장이 선제적으로 공개해 정상 간 신뢰를 과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위로 편지가 북한군의 남한 공무원 사살 사건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세계 주요 언론은 지난달 이 사건을 긴급 타전하며 비상한 관심을 드러냈는데, 정상국가를 추구하는 김 위원장이 반(反)인도주의적 국가라는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해 외교적 제스처를 취했다는 것이다.

박원곤 교수는 "미국인들의 시각에서 공무원 사살 사건은 북한에 억류됐다가 미국으로 송환 직후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연상케 한다"며 "김 위원장은 당시에도 발 빠르게 남측에 사과를 전했고, 이번에는 외국 정상의 불행을 위로함으로써 북미관계를 고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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