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어도 약 못 구해”…코로나 사태로 北 ‘무상의료제도’ 더 악화
  • 관리자
  • 2021-01-05 08: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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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류아동병원북한 옥류아동병원 진료 모습. /사진=북한사이트 류경 캡쳐

북한 당국이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것이 ‘무상의료제도’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파장이 커지면서 북한의 무상의료제가 완전히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3월 평양종합병원 준공식 이후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들은 “평양종합병원이 완공되면 현재적 병원에서 무상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우월한 우리의 사회주의 보건 제도 혜택을 부러워하고 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 강화 여파로 평양종합병원 준공은 이뤄지지 않았고, 심지어 관련 증상을 보인 주민들을 격리한 시설에서조차 약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한 일부 돈 있는 주민들은 개인적으로 약을 구해 복용하고 있다는 전언이 지속 전해지고 있다. 특히 생명이 위독한 중환자들도 돈을 주고 약을 구해오지 않으면 투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복수의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처럼 북한 사회에서 유명무실화된 지 오래된 무상의료제도는 코로나19로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현재 북한에서 이뤄지고 있는 무상의료서비스는 진단

본지 내부 취재를 종합해보면 북한에서 무상의료 서비스가 이뤄지는 단계는 의료진의 진단까지다. 병원에서 의사가 진찰을 해주는 것까지는 무료이지만 약이나 주사를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시장이나 개인적인 경로를 통해 약을 구해오면 투약을 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의사가 서비스에 대한 값을 요구하기도 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에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90년대 중반부터 배급이 사라지면서 무상치료라는 것도 사실상 없어졌다”면서 “지금은 더 심해져 각자 돈벌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재활비, 수술비를 안 받는 의사가 없다”고 언급했다.

의료 서비스 비용은 수술비와 치료비, 지역과 병원 급수 등에 따라 나눠지는데, 의료 비용 이외에 의사에게 개인적으로 지급하는 인사비(수고비)를 따로 지급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각 지역의 도, 시, 군 인민병원과 리(里) 단위 진료소까지 거의 모든 의료기관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한다.
▲북한 평안남도 순천제약공장에서 2015년 생산된 페니실린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코로나19 사태로 심화된 의약품 부족 문제… “품귀 현상 곳곳서 포착

문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수입되는 의약품이 급감하면서 일반 주민들이 시장에서 약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보통 약은 시장이나 각 마을에 있는 약판매집에서 살 수 있고 수입산은 밀수꾼이나 병원 및 약국 관계자를 통한 뒷거래로 구할 수 있다.

주민들은 해열제, 기침약, 지사제 등 기본 의약품 이외에도 주사기, 소독기구, 의료용 바늘, 수액 등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이를 구하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상황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수입 약의 경우 지난해 국경봉쇄(1월 말) 전과 비교할 때 기본 10배 이상 가격이 올랐으며 판매자가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평양제약공장과 순천제약공장 등 북한 내부에서 생산되는 약도 6배 이상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의료기관들이 최근 고열과 설사가 지속되는 환자들에게 ‘파라티푸스’라는 진단을 많이 하면서 해열제와 ‘레보미찐(레보민정)’이라고 불리는 소화불량 치료제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감기약, 설사약에 속하는 약품 가격의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말뿐인 무상의료제’ 개선 못 하는 북한 당국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 당국은 허울뿐인 ‘무상의료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속에서도 자국 국민 중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이는 뛰어난 당의 보건의료 정책 때문이라고 선전한다.

즉, 무상치료제와 당의 예방의학제도, 의사담당구역제 등 크게 3가지 축으로 이뤄진 당국의 보건의료제도를 자본주의 국가와 구별되는 사회주의의 특성이자 정권의 업적으로써 선전을 계속하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무상치료제도가 사라지면 수령님(김일성)의 사회주의 혁명역사가 부정되는 것과 같다”면서 “(이는) 보건의료제도 개선을 쉽게 손대지 못하는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보건의료제도는 인민에게 실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학적 체계가 아니라 정권의 치적 선전에 이용되는 정치적 프레임이 돼 버렸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상황이 점점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자 코로나 ‘0명’에 대한 당국의 선전 양상이 다소 변화된 모습이다.

지난해 2월 28일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코로나19 차단을 위한 ‘초특급 방역 조치’를 지시하면서 “이 비루스 감염증의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고 잠복기도 불확정적인 조건에서도 우리 당과 정부가 초기부터 강력히 시행한 조치들은 가장 확고하고 믿음성이 높은 선제적이며 결정적인 방어 대책들이였다”며 당의 시행 조치를 선전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10일 당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김 위원장은 “인민 모두가 무병 무탈해서 정말 고맙다”며 “인민 모두가 스스로 방역의 주체가 돼 떨쳐 나섰기에 부족하고 뒤떨어진 나라의 방역 부분이 일떠서게 됐다”고 말했다. 당의 정책이 아니라 인민 각자의 방역 노력을 강조하는 것으로 결이 달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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