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면과제로 '경제제도 정비·보강'…비효율 구조 손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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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21 09: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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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통일적 지휘와 부문별 유기적 연계 복원해야"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재확인한 '자력갱생·자급자족' 노선의 이행을 위해 경제 전반의 불합리한 문제점들을 고쳐나가는데 집중하는 모습이어서 눈길을 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국가경제지도기관 일꾼들과 나눈 이야기' 기사에서 전현철 내각 부총리 겸 노동당 경제정책실장 등의 인터뷰를 통해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을 소개했다.

전 부총리는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서는 현 단계에서 우리 당의 경제전략은 정비전략, 보강전략이라는 것이 중요하게 강조됐다"며 "당의 의도에 맞게 경제사업 체계와 부문들 사이의 유기적 연계를 복구 정비하고 자립적 토대를 다지는 사업을 추진해나가기 위한 연구를 깊이 있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 과정에 경제관리를 개선하는 데서 불필요한 절차와 제도를 정리하고 인민 경제 모든 부문에서 비실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빠짐없이 찾아 바로잡기 위한 대책적 문제들이 탐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북미대화가 결렬되고 대외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력갱생으로 경제난에서 벗어나려면 현 경제운영 시스템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내부 구조의 문제점부터 파악해 손질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 지켜봐야겠지만 '국가의 통일적인 지휘·관리'와 '북한판 시장경제' 조치라 할 수 있는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기업관리제) 사이에서 적절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박성철 내각 사무국 부장은 "5개년계획을 성과적으로 수행하자면 경제사업에 대한 통일적인 지도와 전략적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러나 "지난 시기 국내의 모든 생산 단위들의 경영활동을 숫자상으로 정확히 장악하고 국가의 감독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바로 하지 못했다"고 자아비판 했다.

그러면서 "인민 경제 모든 부문, 모든 단위의 실태를 말끔히 장악하여 생산과 유통 등을 통일적으로 조절 통제하는 사업을 강하게 밀고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조용덕 내각 국장은 "최근 년간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를 비롯한 기간공업 부문의 여러 단위를 시범 단위로 정하고 사회주의 기업책임 관리제를 현실성있게 실시하는 사업을 내밀었다"며 그 경험을 일반화하기 위한 토의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관리제는 효율성 제고를 위해 생산, 판매, 투자 등 경영활동에 대한 기업의 자율성과 재량권을 확대한 정책이어서 시장경제에 한 발짝 다가선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기업관리제 등으로 인한 무질서와 부작용을 우려해 생산은 물론 유통까지 국가의 지휘 통제를 강조하면서 한편으론 기업의 자율성도 함께 언급해 경제 운영 전반에서 오락가락하는 행보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당장은 기업관리제 보다는 국가의 통일적 지휘·관리에 더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8차 당 대회 보고에서 "현 단계 경제전략은 정비전략·보강전략"이라며 그 목적은 "우리 경제를 그 어떤 외부적 영향에도 흔들림 없이 원활하게 운영되는 정상궤도에 올려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더욱이 "국가의 통일적인 지휘와 관리 밑에 경제를 움직이는 체계와 질서를 복원하고 강화하는데 당적, 국가적 힘을 넣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가 강조한 '통일적 지휘의 경제 체계·질서 복원'은 아버지 김정일 집권 시기 산생된 불합리한 경제 시스템을 바로잡겠다는 속내로 보이는데, 이런 움직임은 이번 당대회를 전후로 감지됐다.

북한,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선전화 제작
북한,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선전화 제작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만수대창작사와 중앙미술창작사에서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선전화를 제작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20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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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당대회 결론에서 "당대회 이후에도 특수성을 운운하며 국가의 통일적 지도에 저해를 주는 현상에 대해서는 그 어느 단위를 불문하고 강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집권 이후 국가 경제를 외면한 채 외화를 벌 수 있는 '노른자위' 기업을 독식하며 특수기관 자체의 이익만을 챙기던 폐해를 점진적으로 줄이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북한당국이 국내 시장에서 외화 사용을 금지하고 평양의 거물급 환전상을 처형한 것도 국가의 통제 강화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경제사령부'로 내세운 내각이 허수아비가 되지 않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노력도 두드러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새로 선출된 내각 부총리 및 상(장관)들과 이례적으로 기념촬영을 했고, 당 전문부서 실장이 내각 부총리를 겸직하는 파격적 인사도 단행했다.

하지만 악화한 대외환경 속에서 자력갱생을 위해 내부 경제 운용을 손질하는 북한의 고육책이 앞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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