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01-14 08:51:48
- 조회수 : 732
美·南에 "하는 만큼 하겠다" 가변적 상호주의대응 예고…핵무력 강화만 강조
경제난에도 구체적 목표는 '실종'…전략노선도 구호도 없이 '보여주기'식 행사로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북한이 새로운 대내외 정책 방향과 노선은 제시하지 못한 채 노동당 8차 대회를 마무리 지었다.
김정은 집권 10년과 맞물려 열리는 이번 당대회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렸지만, 막상 미국과 한국을 향해서는 '강대강·선대선'이라는 가변적인 대응을 예고한 데 그친 채 국방력 강화 의지만 재천명했다.
대내적으로는 경제 실패를 자인하고도 새로운 전략노선이나 야심 찬 목표는 발표하지 못한 것도 눈에 띈다.
그간 북미협상 교착과 경제난 장기화 속에 내세울 성과도, 별다른 묘수도 없는 북한의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 미국과 남측에는 '조건부 대응' 예고…북중관계에 한층 무게 싣나
당대회가 예고되면서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지점은 북한이 새 대미·대남 정책방향을 내놓을지 여부였다.
이달 20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는 가운데 향후 북미 관계의 향방을 어림잡을 수 있는 가늠자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전향적인 제안을 내놓기보다 미국과 남측의 태도에 따라 대응하겠다며 유보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 총비서는 당 중앙위 사업총화 보고에서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데 있다"며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측에는 "북남관계가 회복되는가 못 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 달려있으며 대가는 지불한 것만큼, 노력한 것만큼 받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 등 전통 우방과의 외교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 엿보인다. 북한과 중국은 이번 당대회 기간에 축전과 답전을 두 차례나 주고받으며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 핵 내세워 국방력 강화 의지…핵잠수함·극초음속 무기 개발 공식화
북한은 핵기술을 앞세우며 국방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지난 5년간 뚜렷한 대내외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외부에 내세울 수 있고, 향후 목표로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가 군사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는 당대회 결론에서 "핵전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핵추진 잠수함(핵잠)과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처음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미국을 겨냥한 듯 1만5천㎞ 사정권 안의 명중률을 제고하겠다고 밝혔고 초대형 핵탄두 생산과 핵무기 소형경량화 발전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당 규약 서문에 국방력 강화 내용을 명시하기도 했다.
국방력에 대한 북한의 강조는 7차 당대회 이후 5년간 다양한 전략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그나마 뭔가 결과물을 내놓았고 앞으로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도 국방분야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인 노선에서도 이렇다 할 변화는 엿보이지 않는다.
앞서 7차 당대회에서 경제 건설과 핵무기 건설을 함께 추진한다는 '핵·경제 병진 노선'을 제시했던 것을 고려하면 여러모로 국방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한 셈이다.
문제는 북한이 새로운 무기들의 개발을 통한 국방력 강화를 재차 공식화했지만, 기술력 수준 등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새로운 국방목표에 달성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평양=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13일 8차 당대회를 마무리하며 군사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다시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전날 김정은 총비서가 결론에서 "핵전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5일 개회한 당대회는 12일까지 총 8일간의 일정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2021.1.13 photo@yna.co.kr
◇ "엄청나게 미달" 경제실패 자인했지만…'자력갱생' 낡은 구호 그대로
김 총비서가 경제부문과 관련해 개회사에서부터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다"고 자인했지만, 획기적인 목표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구체적으로 제시한 목표는 ▲ 평양에 올해부터 매년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 주택 건설 ▲ 검덕지구에 2만5천 세대 건설 ▲ 시멘트 800만t 생산하고 해마다 시·군에 1만t씩 보장 정도에 그친다.
대북제재 장기화와 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겹쳤던 지난해 '삼중고'를 겪으면서 현실적으로 경제 목표를 내세우기 어려운 상황으로 추정된다.
당대회 구호로는 이전부터 사용하던 낡은 캐치프레이즈인 '자력갱생'을 다시 들고나왔다. 이외에도 '일심단결'과 '이민위천'을 제시하며 민심 다독이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번 당대회는 5일부터 12일까지 8일간 진행됐다. 1970년 12일간 열린 5차 당대회 이후 두 번째로 긴 셈이다.
이번에는 앞선 대회와 달리 구호도 사전에 제시하지 않았고, 노선도 공개하지 않았다.
달리 보여줄 것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당대회 일정만 8일에 걸쳐 늘인 가운데 형식을 갖춰 '보여주기'에 공을 들인 모양새다.
이번 당대회에서는 7차 때와 달리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를 사흘에 걸쳐 진행했고, 토론에도 따로 이틀을 할애했다.
별도로 결정서 초안작성위원회 선거를 진행한 데 이어 부문별 협의회를 열어 초안 작성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연지 3개월 만에 또다시 열병식을 개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heeva@yna.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이전글"당대회 마친 北, 대외적으론 '외강내유'…안으로는 '내부결속'" 21.01.14
- 다음글'잇단 강등' 김여정…대남비난 담화로 역할·위상 여전 과시 2021.01.14 08:5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