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미·대남라인 지위 낮춰…'지지부진' 남북미관계 반영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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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2 07: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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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비서 없애고 '대미주축' 최선희 강등…'중국통' 김성남 승진에 대중외교 무게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북한이 제자리걸음 중인 남북 및 북미 관계에 대한 실망감을 반영이라도 하듯 대미·대남부문 핵심 인사의 당내 입지를 약화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9.11.21 cjyou@yna.co.kr

1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당 지도부 선거 결과를 보면 대미 핵심 라인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대남업무를 총괄했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직위·직책이 강등됐다.

우선 대미외교의 주축으로 꼽히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내려앉았다.

국무위원회 11명 가운데 최 제1부상이 유일한 여성 위원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이번 강등을 고려하면 이달 말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 해임 여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최 제1부상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2019년 하노이 회담에서 핵심 역할을 한, 북미협상의 주축으로 꼽힌다.

하노이 '노딜' 후에도 요직을 지키면서 북미관계가 언제라도 다시 풀려나갈 수 있다는 기대 어린 해석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최 제1부상은 지난해 7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는 담화를 끝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이번 인사에서 강등됐다.

북한이 작년 1월께 최 제1부상과 함께 대미 외교의 쌍두마차로 꼽혔던 리용호 외무상을 전격 해임한 데 이은 조치다.

김영철 전 대남담당 당 부위원장은 정무국에서 비서국으로 바뀐 체제에서 비서(구 부위원장) 명단에 들지 못했다.

김일성·김정일 정권에서도 줄곧 높은 서열을 자랑했던 대남 비서 자리가 이번 당대회를 기점으로 사라진 것이다.

김영철은 2019년 하노이 노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통일전선부장직만 다시 맡게 됐다.

전임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은 2019년 남북미 판문점 회동에도 참석했으나 재임 1년 반 동안 별다른 활동을 해보지 못한 채 해임됐다.

강등설이 나돌았던 리선권 외무상은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를 유지하긴 했지만, 11명의 후보위원 가운데 맨 마지막에 호명됐다.

대중국 라인에는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중국통으로 손꼽히는 김성남 국제부 제1부부장이 이번에 당 부장으로 임명됐다.

김 부장은 중국 유학파로 1980년대부터 김일성·김정일의 전담 통역사로 활약해왔다. 김정은 총비서의 하노이 회담 당시에도 수행단에 포함됐다.

당 국제부장은 그간 당 국제비서가 겸임하기도 했지만, 이번 당대회에서 국제비서직이 없어졌다.

김정은 집권 이후 최측근이었던 리수용이 국제비서를 맡아 '외교브레인'으로 활약했지만, 하노이 노딜의 여파로 2019년 말 당 전원회의에서 물러났고 후임인 김형준도 불과 1년 만에 물러나면서 직제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당 국제비서 업무 영역은 '사회주의 국가 당과 외교'여서 상징성이 컸지만, 대외적 환경 속에서 역할이 미비해지면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인사에는 북미 교착국면에서 사실상 대미·대남라인의 역할이 약화한 가운데 남북미 외교에 큰 기대를 두지 않겠다는 김 총비서의 생각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했음에도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고 하노이 노딜 이후에도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데 불쾌감을 표출해왔다.

하노이 이후 남북관계도 외면한 북한은 이번 당대회서도 그간 남측이 제안한 방역협력·개별관광은 "비본질적인 문제"라며 거부했다.

북한이 미중갈등 국면에서 미국 대신 전통 우방인 중국과 외교를 더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총비서는 이번 사업총화보고에서 북중·북러 친선을 과시하고 "우리의 자주권을 존중하는 세계 모든 나라와의 친선단결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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