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19-11-22 08: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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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와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올해 북한의 곡물수확량이 지난해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이 20일 전했다. 이에 현재 북한 농업부문 일꾼들 사이에서는 내년도 식량사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관련 사정에 밝은 함경북도 소식통은 “11월 말쯤 되면 모든 협동농장에서 탈곡까지 거의 다 끝낼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상황에서 올해 알곡수확량은 작년을 뛰어넘은 최악의 상태라고 알려져 지금 농업부문 일꾼들 속에서는 내년도 걱정에 한숨이 새어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5~6월 극심한 가뭄과 9~10월 불어 닥친 태풍으로 주요 곡창지대인 황해도 연백벌과 재령벌, 평안남도 안주 및 평원 등에 상당한 피해가 있었고, 여기에 장마까지 겹치면서 숱한 논이 유실된 것도 수확량 감소의 주된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농사에서는 비료가 중요한데, 대북제재 여파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더 큰 곤란을 겪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는 “올해 비료는 중국에서 들어온 것 외에 거의 들어오지 않아 수확량이 여느 때보다 현저히 떨어졌다고 한다”면서 “예전에는 제재 따위가 무슨 상관이냐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이야기했는데, 이제는 주민들도 제재가 풀리기 전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 협동농장에서는 ‘빚더미에 올라앉는 신세가 됐다’며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을 수확이 끝나면 모내기철에 비료나 디젤유 등 농업 생산에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기 위해 꾼 돈을 갚아야 하는데, 수확량이 적어 이를 갚을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특히 소식통은 “현재 위(당국)에서는 올해 수확량을 약 450만 톤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면서 “이 수치면 크게 식량 걱정은 안 해도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군량미나 전쟁비축 2호미를 떼고 나면 내년 식량걱정을 해야 할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 생산된 쌀은 100% 군대에 할당되는데, 그러고도 군량미가 모자란다고 하니 주민들은 아예 국내 생산된 쌀을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며 “수입쌀이 안 들어오면 절대로 식량은 충족시키지 못해 주민들 속에서 전전긍긍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북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쌀 가격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본보가 북한 내부의 시장동향을 지속적으로 조사한 결과, 북한 국내산 쌀 가격은 1kg당 대략 4500원에서 소폭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예전에 이밥만 먹던 사람들도 이제는 조금씩 잡곡을 섞어 먹을 정도로 돈을 아끼고 있고, 어떻게든 쓰지 않으려고 한다”며 “가을에 쌀을 많이 사놨다가 봄에 비싸게 팔던 사람들도 이젠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해 쌀도 예전만큼 잘 팔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국내산 쌀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이와 동시에 구매력 또한 하락하고 있어 쌀값이 안정적인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한편, 소식통은 북한의 작황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료 등 영농자재 공급과 윤전기재 보장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작황이 좋아지려면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 자연재해 피해를 막는 것인데 지금 현실에서는 어려운 것 같고, 현재 상황에서는 비료를 충분히 공급하는 것과 농장에 필요한 설비를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모내기철에 국가적으로 보장해준다고 말만하는데, 사실은 거의 다 (외부)지원에 의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전향적인 농업개혁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시범적으로 포전담당제 등 개혁적 조치가 시행되면서 농장원들의 근로의욕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으나, 수확철에 군량미로 떼이고 나면 농장원들에게 떨어지는 양이 너무 적어 농장원들이 다시금 의욕을 잃고 만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중국처럼 50년 혹은 그 이상으로 땅을 임대해주고 거기에서 나오는 알곡생산량을 국가가 수매해 군량미로 가져가는 방법”이라면서 “다만 이 또한 계획을 주고 그 계획량을 무조건 뺏어가는 형식으로 한다면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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