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2-08-12 07: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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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승리 선언' 국면에서 대남·대외정책 총괄자로서 역할과 정치적 위상을 재확인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10일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 회의에서 토론자로 나서 4월 말 유입된 코로나19 진원지가 남측 탈북자 단체의 전단 및 물품에서 유입됐음을 주장하며 강력한 대응을 경고했다.
그가 김정은 집권 이후 대남·대미 관련 담화를 발표한 적은 많지만, 대남정책 관련해 공개회의에서 연설자로 나서고 연설 전문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김 부부장의 연설 전문을 육성으로 공개했다. 전 주민이 처음으로 그의 육성을 접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앞서 지난해 6월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일부 간부들이 국가비상방역전에 대한 당의 중요 결정을 태업했다며 비판토론자로 나선 적이 있지만 발언 전문이나 육성이 공개된 적은 없다.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김 부부장이 육성 연설을 하며 전면에 등장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에 '강대강' 대응원칙을 천명하는 동시에 주민들에게도 대남 경각심을 주입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선 김 부부장은 코로나19 유입이 남측에서 보낸 "삐라(전단)와 화폐, 너절한 소책자, 물건짝들"이 원인이라며 남측 정부와 탈북민 단체 책임론을 피력했다.
지난달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남측 접경지역인 강원도 금강군 이포리가 최초 발생지라며 "분계 연선 지역과 국경 지역들에서 바람을 비롯한 기상현상과 풍선에 매달려 날아든 색다른 물건들을 각성 있게 대할 것"을 지시한 데서 더 나아간 것이다.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그가 코로나19 유입을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진 '의도적 반북 행위'라고 대내외에 공개적으로 선언한 셈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반드시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 이미 여러 가지 대응안들이 검토되고 있지만, 대응도 아주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가해야 한다"며 "만약 적들이 공화국에 비루스(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는 위험한 짓거리를 계속 행하는 경우 비루스는 물론 남조선당국 것들도 박멸해버리는 것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당장 구체적인 보복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추후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를 방치할 경우 실제적인 보복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위협을 노골적으로 한 것이다.
그는 앞서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대북 전단 살포에 대응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사실도 상기하며 향후 대응이 단순히 '엄포'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를 '괴뢰보수패당', '괴뢰정권' 등으로 표현했는데, 그가 현 정부를 향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당시 괴뢰정부'라고 지칭했다.
그는 "우리도 이제는 대적·대남의식을 달리 가져야 할 때"라며 "동족 대결에 환장이 된 저 남쪽의 혐오스러운 것들을 동족이라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가진다면 그보다 더 무서운 자멸 행위는 없다"고 역설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확산했던 남북화해 분위기가 더는 존재하지 않으며 남측을 오로지 적으로 대해야 한다는 의식을 고취한 셈이다.
그런가 하면 "귀한 자식들의 생명만은 지켜야 하겠기에 모든 애로와 고충을 묵새기면서 억척같이 버티여왔던 이 나라 수백만 부모들에게 끝끝내 불안과 고통을 들씌운 주범이 바로 남쪽에 사는 귀축(짐승)같은 너절한것들"이라고 비난하며 대남 적개심을 자극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7월 정전협정 체결기념 연설에서 윤 정부에 '강 대 강'을 선포한 후 후속조치 일환으로 김여정이 먼저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김여정이 직접 원수와 괴뢰정권 언급 등을 통해 대남 대적 투쟁의 본격화를 예고하면서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가해야 한다고 위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부부장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김 위원장의 노심초사를 직접 지켜본 심정을 쏟아내며 '김정은표 애민정치'의 진정성을 부각하기도 했다.
그는 "나라가 처음 겪는 위기사태 앞에 누구라 할것없이 다 벙어리가 되고 누구 하나, 무슨 문제 하나 제언해드린 일군이 없었다"며 당시 김 위원장의 '고뇌의 아픔과 노고'를 "안타깝게도 홀로 단신으로 위기앞에 서시여 때로는 당황해하기도 하시고 안타까워하기도 하시면서 그토록 모지름을 쓰시는 모습"이었다고 표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방역 91일간 직접 보고 지시한 이른바 '영도문건'이 1천772건에 2만 2천956페이지였다며 오빠의 리더십을 치켜세웠다.
김 부부장의 육성은 전체적으로 살짝 떨리는 듯해, 그가 공식 석상에서의 연설에 익숙하지 않음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이 "고열 속에 심히 앓았다"거나 코로나 대응 '치적'을 언급할 때는 조용하고 담담한 어조로 말했고, 이에 군인과 여성 등 참석자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반면 남측을 비난할 때는 나름 목소리에 힘을 주며 억양이 높아지기도 했으나 일반인의 격한 대남 성토와는 거리가 있었고, 전체적으로 차분한 톤이었다.
또 코로나19 상황을 결속하고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는 행사인 것을 고려한 듯 김여정은 이날 회의 참석 간부 호명에서 정치국 성원이 아님에도 정치국 후보위원들보다 앞섰다.
행사의 주석단에 자리하기도 했는데 로열패밀리인 만큼 직위나 직책, 서열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는 점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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