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2-08-23 07: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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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평양시 상원군 릉성리에 위치한 974 친위대 훈련강습소 소장이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하면서 남강에 빠져 익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북한은 이 일을 단순 사고사로 정리했지만, 내부에서는 ‘고의적 타살’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과연 이 훈련소장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김정은은 집권 10년간 공포통치로 일관해 오면서 권력의 정통성에 대한 불안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그는 집권 초기부터 재일교포 출신인 생모 고용희와 자신의 출생 비밀을 조금이라도 알거나, 알 수도 있는 김정일 집권 시기 친위부대 일꾼들을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여겨 이들을 서서히 교체하는 식으로 하나둘 제거해 나갔다.
사망한 훈련소장도 2012년부터 매번 교체대상 명단에 오르내렸으나 그때마다 1호 호위 임무를 수행하는 974 친위대를 최정예 인간병기로 만드는 그의 출중한 능력에 견줄만한 대체 인물이 없어 꿋꿋이 살아남았다.
그러다 지난해 1월 이 훈련소장은 크나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974 친위대 정기 특수훈련생들에 대한 강습을 집행하던 중 훈련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우리 훈련소는 다른 훈련소들과 다르다. 남강을 사이에 두고 1호 생가 사적지인 강동과 붙어 있는 지리적으로 유서 깊은 훈련소다. 1호 신변 안전을 최상으로 호위하는 친위대 훈련생들은 이런 역사적인 곳에서 그 정기를 타고난 물을 마시고 공기를 마시며 훈련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만능 육탄으로 준비돼야 한다.”
자기 딴에는 훈련생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한 말이었겠지만, 정작 이는 정통성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린 위험한 발언이었던 것이었다.
이 같은 훈련소장 말에 훈련생들 속에서는 김정은의 출생을 둘러싼 여러 가지 ‘설‘(說)들이 나돌았다. ‘수령님(김일성)께 인정받지 못한 결혼이라 아무도 찾지 않는 강동별장에서 평양 어머님(고용희)이 원수님을 낳으신 것’이라는 말부터 ‘고향집(생가)이 없어서 일부러 만들었다’, ‘원수님 생가는 이미 사적건물로 건설돼 관리되고 있는데 나중에 원수님 후계자가 나오면 공개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훈련생들 사이에 이 같은 소문이 떠도는 것을 보고받은 중앙당은 이것이 모두 훈련소장의 발언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훈련소장을 교체하기란 그리 간단치 않은 문제였다. 김정일 생전에 함께 낚시, 승마 등을 같이하며 막강한 신임을 받았던 데다 격술, 호신술, 전술, 테러 분야의 전문지휘관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중앙당에서도 차마 손대기 힘든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던 중 2021년 3월 이 훈련소장이 돌연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훈련소 정치부는 곧바로 그가 절벽에서 실족해 남강에 빠져 익사한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고 장례식까지 치렀다.
다만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내부에서는 ‘음모론’이 피어올랐다. 이 훈련소장이 최강의 인간병기로 준비시킨 훈련생 중 가장 날랜 훈련생이 상부의 암살 지시를 받아 잠복하고 있다가 훈련소장을 벼랑에서 밀었다는 내용이었다.
중앙당이 김정일의 측근으로 김씨 가문의 사적인 일, 특히 김정은의 출생에 관한 사실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이 훈련소장을 단호히 숙청하기로 결정했는데, 1호 접견자인 그를 숙청하는 것은 수령의 권위 훼손 문제로 직결될 수 있어 비밀스러운 작전을 짠 것이라는 게 그 배경이라는 뒷말도 나왔다.
특히 훈련소장의 장례를 치른 지 한 달쯤 지나 상원군 릉성리 훈련소 교관과 그 가족들이 전부 지방의 특별 관리지역으로 보내지고 훈련소가 해체되면서는 이 같은 소문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릉성리 훈련소와 훈련소장에 관한 이 일화는 김정은의 ‘짝퉁 백두혈통’ 콤플렉스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실제 김정은에게 과잉 충성하는 세력이 자행한 고의적 살인이라 하더라도 이는 김정은의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참극이라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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