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2-10-03 09: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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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해를 연결하는 대운하 건설을 비롯한 전망적인 경제사업들에 국가적인 힘을 넣어 반드시 성공을 안아와야 합니다."
이는 지난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 중 한 대목이다.
이날 나온 '핵무력 법제화' 발언에 가려 북한판 대운하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만성적인 식량난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북한의 현실을 고려하면 허황한 계획으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대운하 발언이 뜬금없이 나온 것은 아니다. 앞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대운하 건설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김일성은 1952년 4월 김일성종합대학 연설에서 "운하를 건설해 동해와 서해를 연결할 수 없겠는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라고 했고, 김정일은 1968년 육해운부문 책임일군과의 담화에서 "바다와 강이 없는 나라에서는 일부러 운하를 건설해 수상운수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선대 최고지도자들도 동·서해를 연결하는 운하 건설에 의지를 보여온 만큼 북한 내부에서 대운하와 관련한 연구가 상당히 진척됐을 가능성이 크다.
황진태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2일 공개한 '김정은의 동·서해 연결 대운하 구상의 발표 배경 및 예상 경로 추정'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사업구간에 대한 검토는 마쳤을 것이라며 대동강 하구의 서해갑문(옛 남포갑문)과 원산을 대운하의 출발점과 종착점으로 상정했다.
서해갑문은 김일성 때부터 대운하 구상의 출발점으로 언급됐고, 원산은 북한의 주요 항구 중 일본과 가장 가까운 데다 원산갈마지구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 운하의 종착지로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의 지리와 기술 수준, 공사의 난도 등을 고려해 대운하의 최적 경로로 서해갑문→재령강→사리원→신계곡산용암대지→판교읍→법동읍→고원읍→금야강 하구를 제시했다.
이 경로를 선택할 경우 최대 난공사가 될 낭림산맥 관통 구간 중 비교적 해발고도가 낮은 지형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난도가 낮은 경로를 택하더라도 100m 이상의 고저 차를 극복할 선박용 리프트를 설치하거나 약 10∼20㎞가량의 수로 터널을 뚫어야 하는 등 상당한 난공사가 예상된다.
이 경로를 택할 경우 운하의 길이는 약 230㎞에 달하게 된다. 수에즈 운하의 길이는 약 162.5㎞이며, 파나마 운하는 약 82㎞에 불과하다.
황 연구위원은 "대운하 사업은 지금까지 북한이 시도한 어떤 토목공사보다도 고도의 기술력과 장비, 자본,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잠정적으로 사업의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다른 국가의 참여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선박 리프트 제작 기술을 보유했고, 싼샤댐 건설 등으로 대규모 수자원 인프라 공사 경험도 축적했을 뿐 아니라 동해로의 진출을 숙원사업으로 여겨왔다고 황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참여가 가시화된다면 동북아의 지정학-지경학적 구도에 대운하가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할 수 있다"며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은 대운하를 계기로 동북아를 일대일로의 공간적 범위 안으로 끌어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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