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서 북핵 두고 文 "방어용" vs 펜스 "공격용" 충돌"
  • 북민위
  • 2024-08-28 06: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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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북한의 의도를 경계하는 트럼프 참모들이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문재인 정부와 이견을 빚은 일화들이 공개됐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7일(현지시간) 발간된 비망록 '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의 내 임무 수행'에서 2017년 6월 30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트럼프와 문재인 당시 양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 문안을 두고 한국 정부와 의견 충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한국 측은 "어느 시점에서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보이는 언어와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노력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인정하는 내용"을 넣기를 원했으나 미국 측은 "김정은으로 하여금 비핵화가 자신에게 최대이익이 된다는 점을 납득시키는 데 제재 이행이 필수라는 점을 강조하는 언어"를 주장했다는 것이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 이어 워싱턴D.C.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진행된 문 당시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 등과의 회동에선 "사담 후세인(전 이라크 독재자)과 무아마르 카다피(전 리비아 독재자)와 흡사하게 김정은은 방어를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문 (당시) 대통령이 말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펜스 전 부통령은 "서울을 사정거리에 두는 재래식 대포가 있는데 김정은에게 왜 핵이 필요하냐. 우리는 김정은이 공격 목적으로 핵을 원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을 움직이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이런 의견차는 긴장과 의견충돌을 만들 수밖에 없었고, 펜스 (당시) 부통령과 나, 포틴저(당시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은 이후 몇 달간 이를 해소하려 노력했다"고 적었다.

맥매스터는 2017년 7월 4일 북한이 신형 액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을 최초 발사했을 때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마치고 나온 정의용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내게 문재인 정부가 '그 미사일을 ICBM으로 부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이에 맥매스터는 정 전(前) 실장에게 "당신이 ICBM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그게 ICBM을 의미하지 않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고 적었다.

맥매스터는 문 전 대통령과 정의용 전 실장이 김정은과 계속 대화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하려고 할까봐 걱정했다면서 자신이 2018년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한 펜스 당시 부통령에게 문 당시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 대표단 간 만남을 "중매"하려고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소개했다.

맥매스터는 "우리는 문 (당시) 대통령이 김정은과 트럼프 양측에 각자가 듣고 싶어할 것으로 생각되는 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했고, 문 (당시) 대통령의 중개인(middleman) 역할을 제거하기 위해 펜스 (당시) 부통령이 '미국 외에 누구도 미국을 대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로 했다"고 적었다.

2017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된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국 배치를 마무리하는 문제도 논의됐다.

맥매스터는 회담 전 정의용 전 실장에게 "제발 문 (당시)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는 환경영향평가에 달려 있다'는 최근 발언을 반복하지 말라고 말해달라. 트럼프는 이미 사드를 좋아하지 않으며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환경영향평가를 정말 싫어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회담에서 사드 미사일 배치가 괜찮다는 입장을 시사하면서도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고,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환경영향평가는 "시간 낭비"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맥매스터는 회고했다.

사드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10월 한국을 찾아 청와대에서 문 전 대통령과 회담했을 때도 논의됐다.

문 전 대통령은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이 한국 기업들을 벌해 기업들이 수십억달러의 매출을 잃었다고 한탄했고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이 "다른 코리아를 제재하고 있다"고 말하기로 약속했다고 맥매스터는 밝혔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트럼프의 1년 전 대선 승리는 이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하는 등 트럼프와 친해지려고 노력했다고 맥매스터는 전했다.

맥매스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참모진과의 논의를 즐겼으며 특히 자신이 '멍청한 사람들'이라고 불렀던 전임 대통령들의 북핵 해법 실패 사례들이 언급되는 것을 좋아했다고 소개했다.

포틴저 전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역대 북미대화 실패 사례를 자료 사진 등을 사용해 시각적으로 정리한 뒤 따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을 정도다.

이 같은 보고와 논의를 거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린 결론은 북한에 '최대한의 압력'을 가한다는 것이었다.

도발하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미국이 대가를 제공하고 기나긴 협상 끝에 다시 대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지도 못하고, 또 다른 북한의 도발을 부른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맥매스터 전 보좌관 등 참모들에게 '북한에 대한 완벽한 고립'을 지시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김정은 정권을 지원할 경우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라고 강조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정권 출범 직후 북한의 도발 행위와 관련, 일부 전문가뿐 아니라 정부 내에서도 북핵을 용인하자는 주장이 있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가장 충돌 가능성이 작고, 경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뒤 실제 무기의 사용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내는 관료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다만 맥매스터 전 보좌관 등은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들은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충분한 전쟁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나선 것은 김정은 정권이 적화통일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한편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틸러슨 전 장관, 케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과 함께 대북 대화와 관련한 세 가지 원칙을 만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해당 원칙은 ▲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대화'를 위해 성급하게 대화 테이블에 뛰어들지 말것 ▲ 외교와 군사적 옵션을 별개의 방안으로 떨어뜨려 생각하지 말 것 ▲ 단순히 대화 테이블에 나왔다는 이유로 성급하게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지 말 것 등이었다.

트럼프 1기였던 2017년 2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맥매스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즉흥적인 정책 시행을 제어하는 균형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잦은 갈등을 빚은 끝에 불과 13개월 만인 2018년 3월 해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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