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2-10-27 07: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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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문제로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북한이 '식수절'(우리의 식목일) 날짜를 '반미투쟁'에 의미를 둬 변경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의 상임위원회는 전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식수절을 정함에 대하여' 정령을 통해 식수절을 기존 3월 2일에서 3월 14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정령은 "1952년 3월 14일은 김일성 동지께서 미제의 야수적인 폭격으로 파괴된 산림을 전군중적 운동으로 복구할데 대한 교시를 주신 역사의 날"이라며 "산림복구의 첫 봉화를 지펴주신 김일성 동지의 업적을 빛내이기 위하여"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 식수절은 애초 1947년 김일성 주석이 문수봉에 나무를 심은 날인 4월 6일이었다가 김정일 집권 시기인 1999년에 3월 2일로 바뀌었다.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함께 모란봉에 올라 산림조성 구상을 제시했다는 1946년 3월 2일을 기념한 것이었는데, 식목 시기로 3월이 적절해 앞당긴 실용적인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기존 식목일은 산림조성을 위한 나무 심기였다면, 변경된 식목일은 북한의 주장처럼 '산림 복구'에 맞춘 것으로 여러 함의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새로 지정한 식목일이 6·25전쟁 시기 김 주석이 '미국의 야수적 폭격'으로 파괴된 산림을 복구하라고 지시한 날짜임을 밝혔다.
종전처럼 단순히 최고지도자의 '업적'을 기리는 성격이 아니라 '반미정신 고양'이라는 이슈를 하나 더 얹은 셈이다.
북한은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많은 아사자가 발생한 것은 미국의 제재 등에 의한 것이며 이로 인해 이 시기 식량 대용과 무분별한 개간, 땔감 사용 등으로 산림이 황폐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극심한 식량난과 에너지난으로 무분별하게 산림을 개간하고 땔감용 벌목으로 황폐해진 민둥산마저 미국 탓으로 돌린 것이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경제난도 결국 미국의 제재 때문이라는 게 북한의 일관된 주장이듯이, 산림복구도 단순히 경제·사회적 문제로 다루지 않고 반미투쟁의 연장선으로 가져가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 들어 핵 문제로 미국과 첨예한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고 반미를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운 흐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노동신문은 이날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처럼 조국강산을 사랑하라' 제하 기사에서 김 위원장의 노력으로 "가슴 아픈 시련의 흔적들이 역력하던 이 땅에 수림화, 원림화의 새 역사가 펼쳐지고 있다"며 주민들의 산림복구 참여를 독려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이후 산림 조성 사업을 '산림복구 전투'라고 부르며 고난의 행군 시기 황폐해진 산림 복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속적인 경제난 속에서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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