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총리 '김정은표 신양곡정책' 수습하나…연일 양곡판매소 출장
  • 북민위
  • 2023-02-08 07: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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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장마당에서의 사적인 쌀 판매를 금지하고 곡물의 생산·유통을 직접 통제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경제 사령탑'인 김덕훈 내각 총리는 연일 식량 유통현장을 돌며 제도 안착에 안간힘을 쓰는 동향도 확인됐다.

7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총리가 "남포시 안의 양곡판매소들에서 식량공급실태를 요해(파악)하고 필요한 대책을 강구했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날짜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행사 이튿날 이를 보도하는 북한 관영매체 관행상 지난 6일 시찰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 총리는 지난달 28일(이하 보도일 기준)에도 "평안남도, 평안북도 안의 여러 식량공급소와 양곡판매소의 운영 실태"를 현지에서 알아봤다.

지난달 26일에도 북한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황해북도와 황해남도를 방문해 "여러 식량공급소와 양곡판매소의 운영 정형을 현지에서 구체적으로 알아보았으며 해당한 대책들을 강구했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북한 매체에 등장한 '식량공급소'는 당국이 분배한 할당량을 주민들에게 식량배급표를 받고 국정가격에 판매하는 기관이다.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배급제가 붕괴하기 이전부터 존재하던 곳이다.

이와 달리 '양곡판매소'는 비교적 최근 신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관영매체에 양곡판매소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21년 11월 3일 중앙통신 보도였는데, 김덕훈 총리가 평안남도 순천시 양곡판매소를 둘러봤다는 내용이었다.

김 총리는 이후 함경남도 정평군·고원군(2022년 3월), 평안북도·평안남도(2022년 10월 15일), 황해남도·황해북도(2022년 10월 20일), 평안남도(2022년 11월 1일)의 양곡판매소를 집중적으로 방문했다.

양곡판매소는 북한 당국이 직접 운영하면서 장마당보다 다소 저렴한 가격에 식량을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쌀의 시장가격이 1㎏에 6천원 쯤이면 양곡판매소에서는 국가가 정한 한도 내에서는 이보다 저렴한 4천700원 정도에 팔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시장가격으로 판다고 한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12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한 '한반도 정세 2022년 평가 및 2023년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 정부는 종합시장(장마당)에서의 식량 판매를 금지하고 주민들은 당국이 운영하는 양곡판매소에서만 식량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관련 동향을 처음 수면으로 띄운 바 있다.

정부 당국은 북한이 지난해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도의 이런 '신양곡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식량 조달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고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생산량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유통망에 급격한 변동이 생기면서 물량이 잠겼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소식통은 "농민들이 쌀을 숨겨놓고 내놓지 않으면서 공급 축소로 가격 왜곡이 발생한 것"이라며 "농민 입장에선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장마당이 아니라 양곡판매소에 팔면 돈을 못 버니 쌀을 감춰놓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 때도 이와 같은 정책을 써서 실패한 전적이 있는데, 같은 문제가 재발했다"고 덧붙였다.

7·1조치 당시 북한은 대기근 과정에서 음성적으로 자리 잡은 시장경제 요소를 국가가 일부 공식적으로 수용하면서 배급제 축소를 시도한 바 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비교적 부촌이던 개성은 물론 북한 내에서도 경제적으로 낙후한 변방인 함경도에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간부와 측근들을 두 차례 개성 현지로 파견해 실상을 파악하고 민심을 수습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지난 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열고 이달 하순 '농사문제와 농업발전의 전망목표들을 토의하기 위해'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를 소집하기로 한 것도 식량난 해결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 위원장이 근래 직접 농업현장에 등장하지 않고 김 총리가 경제 시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부문에서의 노출을 최대한 줄여 최고지도자 책임론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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