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3-02-13 06: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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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요 매체에서 최근 '협동농장' 대신 '농장'이란 용어를 사용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60년 넘게 유지해온 농장 운영 체제의 변화를 시사하는 징후여서 정부 관계자들도 주목하고 있다.
12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주요 관영매체 보도를 분석한 결과 '협동농장'에서 '협동'이 빠지고 '농장'이란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이번 달 관영매체 보도만 보더라도 과거 '운흥협동농장'(구장군), '남동협동농장'(평원군), '영진협동농장'(강남군), '내중협동농장'(염주군), '인계협동농장'(회령시)으로 불렸던 각지 농장들이 운흥·남동·영진·내중·인계농장으로 표기됐다.
일부 과거 발생한 사건들을 돌아보며 '협동농장' 명칭을 쓸 때도 대부분 옆에 '(당시)'라는 표현을 추가했다.
시기적으로는 지난해 8∼9월 사이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협동농장 명칭 변화는 근래 김정은 정권이 안간힘을 쓰는 농업 생산량 증대를 위한 조치의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농장을 전통적 개념의 조직이 아닌 일종의 '기업' 차원에서 다룸으로써 운영의 효율화를 꾀하고 생산성도 높이겠다는 의도가 담겼으리라는 것이다.
지난해 말 농장법 개정 당시에도 북한은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은 채 "사회주의농업기업체로서의 농장의 정의" 관련 조항을 수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농업기업체'라는 표현은 그간 북한 매체가 '자본주의 사회'를 논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쓰지 않았던 표현이다.
나아가 국영농장과 차별화하는 지점이었던 '협동'을 삭제한 것에는 당국의 개입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근래 전국에 '양곡판매소'를 설치해 식량 거래를 중앙의 통제하에 두려고 하는 것과도 같은 차원이라는 것이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상위 법령 등의 변화가 있는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협동 개념이 빠지는 것은 생산물의 분배를 당국이 더 담당하고, 농민도 노동자의 하나가 된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이어 "농지 소유 구조 자체의 변화는 쉽지 않겠지만, 중앙이 장악하는 화폐나 생산물을 늘리려는 방향의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1953년 당 중앙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에서 '농업협동화' 방침을 채택한 뒤 1962년 자연부락 단위 농업협동조합을 '협동농장'으로 개칭했다. 이후 농업생산 체계는 토지의 '협동적 소유'에 토대를 둔 협동농장과 국유화된 국영 농·목장으로 이원화해 운영됐다.
모든 생산수단의 '전 인민적 소유'를 규정한 북한이지만, 농지만큼은 과도기적 성격이 있는 협동농장의 형태로 명목상으로나마 개별 농민의 '공동소유'로 남겨둔 것이다.
이후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은 개인영농제의 전 단계로 평가되는 '포전담당책임제'를 통해 집단농업체제를 완화하고 농민의 생산물 처분권을 확대했다.
하지만 식량 생산이 좀처럼 증대되지 않자 북한은 지난해 1월 농업 부문을 총괄하는 내각 부처인 농업성을 '농업위원회'로 격상했다. 이어 9월에는 당 정치국 회의에서 곡물 수매와 양곡 유통 비리 척결 방안을 다뤘고, 12월에는 농장법·양정법을 개정해 식량 생산·유통 전반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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