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말에 무슨 잘못 있다고”…北 청년들 단속 강화에 불만
  • 북민위
  • 2023-02-28 06: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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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몇 년 새 법률 제정을 통해 외부 문화 유입·유포 현상을 차단하는 데 열을 올리면서 주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에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해 주민들의 불법 영상물을 시청, 유통 행위에 대해 강한 처벌을 내리고 있고, 2021년 9월에는 ‘청년교양보장법’을 채택해 외부 문화 수용도가 높은 청년들에 대한 사상 단속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지난 1월 중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를 통해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하고 주민들의 남한식 말투, 외래어 사용 행위도 강하게 단속하고 있다.

북한이 이렇듯 외부 문화 차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단속 수위를 높이고 있는 데 대해 북한의 청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데일리NK는 평안북도 신의주시, 함경북도 청진시, 양강도 혜산시의 30대 청년 총 3명을 대상으로 최근 평양문화어보호법이 채택된 것과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평안북도, 함경북도, 양강도 청년들과의 일문일답

-최근 ‘평양문화어보호법’이 제정됐다. 이 법을 제정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신의주시 청년(이하 A): 최근 고상하고 문명한 평양문화어를 적극 살려 사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남조선말이나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이나 남조선 영화나 드라마 등 불법 영화를 시청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의 아니다. 즉 청년들 속에 자본주의 문화가 깊이 뿌리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에서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을 만들어 통제에 나선 것이라고 본다. 다르게 말하면 주민 통제를 위한 새로운 형태의 통제 명분을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청진시 청년(이하 B): 요즘 청년들뿐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우리의 고상하고 아름다운 평양문화어를 사용하자는 선전을 TV를 비롯해 조직별로 그 어느 때보다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남조선말과 외래어 사용, 자본주의 문화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평양문화어보호법은 역시나 남조선 문화의 잔여를 없애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본다.

혜산시 청년(이하 C): 어릴 적 유치원 다닐 때부터 고급중학교를 거쳐 사회에 나와서도 아름다운 우리말, 고상하고 문명한 우리의 언어를 사랑하고 사용할 것을 귀 아프게 들어왔다. 이번에 평양문화어보호법이 채택된 이후에도 같은 맥락에서 평양문화어를 적극 살리고 장려할 것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언어를 통제하는 법까지 만든 것을 보면 우리나라(북한)에 그만큼 자본주의 문화가 깊이 뿌리내려져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이런 법을 제정한 것이 효과가 있을까? 법 제정 이후 청년들의 태도 등에서 조금이라도 달라진 점이 있는지.

A: 매도 너무 맞으면 아픈 줄도 모르는 것처럼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단속과 통제 속에 살아왔기에 익숙하다. 때문에 아무리 법을 만들어 통제를 강화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나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더 조심하고 있다는 정도다. 친구끼리 모여 남조선말을 주고받는 것은 이제 습관이 됐다. 단속한다고 해서 그런 습관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다.

B: 전보다 좀 긴장할 뿐이다. 친구끼리 모여 남조선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남조선말을 하지 않으면 할 게 없다. 자존심에 집에 쌀이 없어 밥을 못 먹고 나왔다고 말할 수도 없고 정치에 대해 말하면 그건 더 위험한 일이다. 입 한번 잘못 놀렸다가는 삼대가 멸족해 그런 얘기는 입 뻥긋하지 않는다. 그러니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단속을 피해서라도 남조선 영화나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남조선말을 주고받는 것이다. 나라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다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데 사람들도 그에 맞게 대응하니 (법 제정)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 본다.

C: 아무리 새로운 법을 만들어 처벌 수위를 높이고 단속과 통제를 강화해도 그에 순응하는 흉내만 낼 뿐 할 건 다 하고 볼 건 다 본다. 오히려 손과 발을 꽁꽁 묶어 놓고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다며 불만만 가득하다.

-실제 외부 문화 단속 사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나?

A: 그루빠 성원들이 검열을 명목으로 문도 두드리지 않고 세대들에 막 들어가고 있다. 우리 부모들은 법관들이 당연히 아무 집에 아무 때나 막 들어가도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나를 비롯한 요즘 청년들은 막 싸운다. 실제로 한 친구는 집에 그루빠 성원들이 노크도 없이 들어오자 ‘변소칸 문도 사람이 있는지 두드리고 들어가는데 어떻게 사람이 사는 집에 노크도 없이 들어오느냐’며 목소리를 높여 싸우기도 했다. 이렇게 단속을 명목으로 그루빠 성원들이 비도덕적으로 나오니 오히려 반발만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청년들은 ‘영화나 말에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렇게까지 단속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불만을 나눈다.

B: 검열 성원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마구 세워놓고 손전화 검사를 하고 심지어는 저녁 시간에 도둑처럼 대문을 뛰어넘어 남조선 영화를 시청하는지 문 앞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새벽에 화장실에 가려고 밖에 나갔다가 몰래 들어온 검열 성원들을 마주치고 까무러칠뻔한 일도 있었다. 너무 몰라 고함치자 자신이 검열 성원인데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남조선 영화를 보는 줄 알고 대문을 뛰어넘었다면서 잘못했다는 말은 없고 직업이 그러니 이해해 달라고만 했다. 이렇게 해도 해도 너무한 검열 성원들의 행동에 반발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C: 검열 성원들이 집에 들어와서는 사람들을 죄인마냥 취급하며 가택 수색하듯 꼼꼼히 검열하고 있다. 검열 방법은 예전과 비슷한데 이를 받아들이는 청년들의 인식이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 이전에는 앉으라면 앉고 서라면 섰다면 지금은 막 싸운다. 오죽하면 검열 성원들이 눈꼴 사납다며 이제 다시 검열을 명목으로 마구잡이로 대하면 앉아서 당하지만 말고 싸우자고 소곤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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