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3-03-02 07: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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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북한의 경제적 전성기였던 김일성 시대를 이끈 경제관료들을 조명하는 코너를 신설했다.
경제난에 신음하는 주민들에게 옛 황금기를 상기시켜 다시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부심을 불어넣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신문은 지난 1월부터 1∼2주 간격으로 '우리 국가의 발전행로에 뚜렷한 자욱을 새긴 충신, 애국자들'이라는 코너를 연재하고 있다.
첫 타자는 최만현 전 금속공업부장(1월 26일)이었으며, 최재하 전 건설상(2월 3일), 최용진 전 수산상(2월 13일)에 이어 1일 정준택 전 정무원(내각) 부총리가 소개됐다.
이날 지면에 실린 고(故) 정준택(1911∼1973) 전 부총리는 일제강점기 광산 지배인을 지낸 '부유한 인텔리'다.
경기도 출신으로 광복 이후 월북해 초대 국가계획위원장을 지내며 북한 경제를 호황으로 이끌어 김일성 주석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최만현 전 금속공업부장 역시 일제시대 해주제강소에서 제강기사로 일한 지식인층으로 산업화 과정에 기여한 인물이다.
신문은 "최만현 동지는 자산계급 출신의 가정환경과 일제에게 복무한 떳떳치 못한 과거"가 있었지만 "수령님을 변함없이 모시고 조국의 융성 번영을 위하여 많은 일을 해놓은 공로자"라고 평가했다.
김일성의 항일빨치산투쟁 동료였던 최용진(1916∼1998) 전 수산상은 그동안 함경북도 출신으로 알려졌으나 신문이 "이국 땅에서 태여나 일제놈들에게 사랑하는 어머니와 맏형을 잃었다"고 쓴 것으로 미뤄 해외 출생으로 보인다.
그는 1961년 12월 당 중앙위원회 제4기 제2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하달된 '80만t의 수산물을 생산하라'는 지시를 관철해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다.
아울러 최재하(1912-1958) 전 건설상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평양시 복구건설을 진두지휘해 김 주석의 각별한 신임을 받았던 관료다.
그를 주인공으로 북한이 대표작으로 자랑하는 장편소설 '평양시간'과 예술영화 '시련을 뚫고'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최재하의 아들은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했던 최휘 당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 대를 이어 요직을 꿰차고 있다.
노동신문이 이들을 재조명한 것은 최근의 복고주의적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김 주석의 빨치산 동료들인 '항일의 7연대상징종대'를 주인공 격으로 내세운 바 있다.
경제 부문에서도 김 주석 때 성과를 낸 인물들에 스포트라이트를 집중하며 충성심과 성과를 독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일본 강점기 북쪽에 집중된 산업시설을 토대로 해방 직후만 해도 토지개혁과 산업국유화를 통해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뤘다. 1958년쯤엔 6·25전쟁 이전 수준으로 경제가 회복돼 남한에 경제적 우위를 점하기도 했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 이후 소련의 원조가 줄고 군사·중공업 위주 경제정책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사회주의 낙원'을 건설하고 '이밥에 고깃국'을 먹여주겠다던 김일성의 약속은 여태 실현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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