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신설 사회보험법에 '연금' 규정 빠져…재정부담 탓"
  • 북민위
  • 2023-03-09 06: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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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21년 제정한 '사회보험 및 사회보장법'에서 기존 사회보험법에 있던 연금 지급 조항이 빠졌고, 이는 재정부담을 완화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일 '북한의 사회보장법제 정비 배경 분석과 평가' 보고서에서 ▲ 사회보험 및 사회보장법 ▲ 제대군관 생활조건보장법(2020년 제정) ▲ 사회급양법(2022년 제정) 등을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보험 및 사회보장법'은 기존 사회보험법(1946년 제정)과 사회보장법(2008년 제정)을 통합해 제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법은 여러 형태의 일시적 보조금 지급은 명시하고 있지만 연금 지급에 대한 내용은 없다.

기존 사회보험법에는 양로연휼금(연로연금), 질병에 걸려 노동을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지급되는 폐질연휼금, 국가 유공자의 가족에게 지급되는 유가족 연휼금 등이 명시됐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경제난에 처한 북한의 현실을 반영하는 조치"라며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법에는 '경노동'(덜 힘든 노동)에 대한 규정이 생겼다. 원래 없던 경노동이라는 제도가 만들어진 건 아니고 규정만 신설한 것으로 보인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사고 등으로 노동 능력을 상실한 사람이나 장애인은 경노동을 해왔으며, 이들이 일하는 별도의 직장이 이미 운영돼왔다고 한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정책의 근거를 사후에 관련 법규에 명시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제대군관 생활조건보장법'은 제대군관을 사회적으로 우대하고 전 사회적인 군사 중시 기풍을 확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청년시절 군에서 오래 복무한 뒤 제대한 장교들은 생활력이 떨어져 급속도로 시장화된 북한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데, 이들의 부적응 문제가 심각해지자 관련 법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회급양법'은 기존 '사회주의상업법'에 규정돼 있던 사회급양(식당 등 식생활 관련 편의시설)에 관한 조문을 별도로 독립된 법규로 만든 것이다.

북한은 정책추진 의지를 드러낼 필요가 있는 경우 입법 기술적으로 분법(分法)을 한다. 사회급양 분야에 대해서도 당국의 관심을 피력하기 위해 법을 쪼갠 것으로 해석된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제대군관 생활조건보장법, 사회보험 및 사회보장법, 사회급양법 등 사회보장 법규를 연이어 제정한 배경에는 주민들에 대한 애민정신을 부각해 체제 결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재정적 부담은 완화하려는 정책 목적이 담겼다"고 평가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취약계층의 식량난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되며, 북한의 사회보장법제 정비는 이를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함을 시사한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거나 악화할 경우 북한이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꿔 인도 협력을 위한 대화의 자리에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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