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3-04-13 07: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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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북한이 과학기술 발전이 엄혹한 경제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출로로 여기고 과학·기술자 양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 입법기관인 최고인민회의는 11일 상임위원회 제14기 25차 전원회의를 열고 '과학기술인재법'을 제정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이 법은) 과학기술인재들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인 장악과 관리를 보다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며 그들이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서 주도적,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사회적으로 과학기술인재를 중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토록 했으며 이들을 체계적으로 양성·등록하고 생활조건 등을 보장하는 내용도 법에 담았다.
과학과 기술을 중시하는 정책은 김정일 시대에도 있었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서면서 구체화하고 실질성을 더해가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1년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 보고에서 "과학기술발전을 위한 당적,국가적,행정적지도와 관리체계를 바로 세우고 과학연구성과를 공유하며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실현하기 위한 사업을 줄기차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집권 직후 북한 최고의 대학으로 평가되는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의 교수를 위해 교육자 아파트를 평양의 요지에 건설하도록 하며 과학자들을 위한 실질적 조처를 했다.
그리고 '평양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중구역에 아파트 타운인 미래과학자거리를 건설했고 뒤이어 '제2의 미래과학자거리'로 부르는 려명거리를 조성해 과학자나 기술자들이 입주토록 했다.
사실 북한에서 과학자나 기술자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계층은 아니었다. 경제난 속에서 부수입을 챙기거나 사적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때는 더 많은 고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처럼 과학기술 중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주력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촘촘한 대북제재로 외부로부터 자본과 기술 도입이 어려운 상황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체 기술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대표적인 사례가 주체철이다.
북한은 많은 양의 탄(炭)을 보유하고 있지만 제철을 위한 코크스탄이 없어서 수입이 필요한데 제재로 여의찮은 상황이다. 여기에다 많은 보유량을 자랑하는 철광석도 입자가 커서 용광로에서 바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고 용광로 개선 또한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북한은 회전로 등 일제 강점기 때 건설된 회전로 공법 등을 지속해서 손을 봐가며 사용하고 있다. 일종의 궁여지책인 셈인데 자체의 기술과 노력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해 '주체철'이라는 이름으로 지은 것이다.
이런 공법들은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져 국제사회에서는 사용하지 않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이렇게라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셈이다.
결국 제재로 고립된 상황에서 경제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가용한 자원을 동원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국내산 자원에만 의존하는 자립경제를 추진하면 일부 산업분야에서 병목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행 자원 생산과 대체 소재 개발에 과학기술력이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북한의 과학과 기술은 미국과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가장 절실한 보급로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대결전'을 언급하며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나 핵탄두, 다양한 전술무기 등을 개발·생산하고 있는데 이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개발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무기의 시험발사를 통해 성공적 결과물을 손에 쥐면 항상 개발자에게 연회를 마련해주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데 이 역시도 과학과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8차 당대회 보고에서 성과들을 언급하면서 "국방과학자들과 군수로동계급은 반항공로케트종합체, 자행평곡사포, 반장갑무기들도 세계적 수준에서 개발하는 성과를 이룩하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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