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제설작업 안 한 근무 태만 北 공군비행장 수두룩
  • 북민위
  • 2025-06-25 05: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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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북한에 시베리아 한파가 몰아쳐서 날씨가 무척 추웠다. 2025년 1월 20일 시작된 대한(大寒) 추위가 보름 넘게 지속 되어 겨울 방학이 끝났는데도 애들 학교가 문을 못 열고, 겨울 방학을 몇 번 연장해야 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매서운 동장군 한파에 주민들 생존까지 위협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눈도 많이 왔다. 북한 북부지방에 온 산하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순백의 겨울왕국이 된 것이 위성사진에서도 뚜렷이 식별됐다. 한 가지 특이했던 점, 그리고 필자에게 이해 불가했던 점은 공항 활주로에 눈도 안 치우고 그대로 눈밭에 갇혀 있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지난 1월 말~2월 초 사이에 촬영된 유럽우주청(ESA)의 센티넬 위성사진을 활용해서 북한 비행장 겨울철 제설작업 상황을 살펴봤다. 폭설이 내린 북한 비행장 수십여 곳을 살펴본 결과, 19곳에서 활주로에 눈도 안 치우고 눈밭에 갇혀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황해남도에서는 가을에 공군비행장 유도로에 곡식을 널어 말리는 괴이한 광경까지 식별됐다. 대표 사례로 몇 곳 비행장의 모습을 아래 위성사진에 나타냈다.

지난 2월 초순 북한 북부지방에 시베리아 한파가 몰아쳤다. 양강도 혜산시 혜산비행장과 함경북도 경성군 승암리공항에 폭설이 내려서 눈이 쌓였고, 활주로에는 눈도 치우지 못해서 위치 식별조차 어렵다. /사진=센티넬-2B

양강도 혜산시가 온통 눈밭에 갇혀 있다. 혜산비행장에서는 폭설에 눈도 치우지 못했고 1.3㎞ 길이 활주로가 흔적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비행장 오른쪽 끝단에는 고사총 군부대가 있다. 데일리NK에 따르면, 여기가 가끔 일반인들을 공개 처형하는 악명 높은 공포의 처형장이다. 2023년 8월 국가 부림소를 도축해서 불법 유통했다는 죄목으로 주민 9명이 공개 처형당했고, 2022년 10월에는 남조선 풍기 및 비디오물 단속에 걸린 10대 청소년 3명이 이곳 공터에서 주민들이 동원돼 지켜보는 가운데 본보기로 공개 총살형에 처해졌던 곳이다.

함경북도 경성군에 있는 승암리공항도 눈 속에 갇혀 있고, 900m 활주로가 위치를 식별하기 어렵다.

함경북도 명간군 극동비행장과 어랑군 청진공항에 폭설이 내려 산과 들이 눈밭이 돼버렸다. 공항 활주로에는 눈을 치운 흔적이 일부 식별된다. /사진=센티넬-2C

함경북도 명간군 극동비행장과 어랑군 어랑읍 청진공항 일대가 온통 눈밭에 갇혀 있고, 활주로에는 일부 눈을 치운 흔적이 식별된다. 혹한의 날씨에 눈 덮인 공항에서 전투기가 정상적으로 이착륙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북한 공항 활주로 눈도 제대로 치우지 않은 모습은 대한민국 군필 남성 시각으로는 이해 불가한 장면이다. 공군 전역자인 지인의 설명에 따르면, 비행장 활주로에 눈도 안 치웠다는 것은 남한 군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비행장 활주로는 언제고 전투기가 뜨고 내릴 수 있도록 24시간 만반의 준비 상태를 갖춰놔야 한다는 게 공군의 불문율이라는 것이다. 육군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강원도 전방 민간인 통제 구역에서 포병으로 복무할 때는 인근 산악 전술 도로를 항시 개통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던 젊은 시절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밤이건 낮이건, 겨울이건 여름이건 언제고 병력과 군 장비, 차량 등이 운행 가능토록 전술 도로를 항시 유지, 관리해야만 했고, 폭우가 쏟아지는 한밤중에도 비상이 걸려서 전원이 출동하던 그 시절 기억이 새롭다.

평안북도 곽산군 곽산비행장과 태천군 태천공항에도 폭설이 내렸고, 눈 덮인 활주로에는 흔적만이 겨우 식별된다. /사진=센티넬-2B・2C

평안북도 곽산군 곽산비행장과 태천군 태천공항에도 폭설이 내려서 산하가 눈에 뒤덮여 있고, 활주로는 흔적만이 겨우 식별되는 정도이다. 곽산비행장은 러시아의 일류산 제트기로 구성된 폭격기 연대의 본거지이다.

한편, 대한민국에는 비행장 활주로에 열선이 깔린 곳이 있어서 겨울에 바닥이 얼지도 않고 눈이 와도 금세 녹아버린다고 한다. 우리 공군비행장이 그런 열선 시설을 모두 갖춘 건 물론 아니다. 아래는 북한의 또 다른 공군비행장 모습인데, 이해하기 어려운 특이한 장면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가을에 황해남도 과일군 과일공항에서 유도로 상에 옥수수를 널어 말리고 있다. 전시 준비태세 만전이 생명인 군대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사진=구글어스

황해남도 과일군 온천리에 과일공항이 있다. 군용 비행장이고, 미그-29 전투기가 전진 배치되어 있다. 태탄 및 누천리비행장과 함께 우리의 서북 5도를 위협할 공군력이 전개되는 곳이며, 전투기가 출격 후 서울 상공에 십여 분이면 도달한다고 한다. 구글어스 위성사진을 보면, 과일공항 유도로 상에 옥수수를 널어 말리는 장면이 노란색의 직사각형으로 식별된다. 크기는 가로 95m, 세로 14m의 꽤 넓은 면적이다. 2명의 인원이 가운데에 들어가서 곡식을 펼치고 널어 말리는, 작업 중인 모습이 2개의 점으로 식별된다. 군인들이 보급 식량 외에 자급자족, 자력갱생을 위해서 인근에서 농사지어서 수확한 곡식을 공항 유도로에 널어 말리는 상황인 것으로 보여진다.

위성사진 촬영 시기가 10월 가을인 점을 봐서 널어 말리는 곡식은 옥수수로 판단된다. 남한에서도 가을에 수확한 옥수수를 겨우내 저장을 위해서 햇빛에 널어 말리는 모습은 시골 너른 공터나 건물 지붕・옥상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계절에 따라 가을에는 옥수수를, 봄에는 밀이나 보리를 수확해서 햇볕 좋은 날 옥외에 내다 널어 말리곤 한다. 문제는 북한이 곡식을 널어 말리는 장소가 군용 공항이라는 것이다. 낮이나 밤이나 24시간 전시 준비 태세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군대의 기본 임무다. 민간 또는 군용을 떠나서 공항 활주로나 유도로에 곡식 따위를 널어 말리거나, 겨울에 눈도 안 치우고 방치된 모습은 좀체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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