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동맹 규찰대, 7세 어린이 옷차림까지 단속…원성 자자
  • 북민위
  • 2025-03-28 07: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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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청년들로 구성된 규찰대가 거리 곳곳에서 주민들의 옷차림 단속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규찰대는 어린이들의 옷차림까지 단속하고 있어 주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청진시에서 매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옷차림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며 “단속은 고급중학교와 대학생들로 조직된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규찰대가 맡고 있는데, 이들은 오전에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오후에는 길거리로 나와 규찰대 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규찰대원들은 또래들은 물론 저보다 나이 많은 주민들을 상대로 옷차림을 단속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만, 하루 동안 단속 실적이 없으면 다음 날 또다시 규찰대로 활동을 반복해야 해 내키지 않아도 잡아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5~6일에 한 번씩 순번이 돌아오는데 규찰대 당번인 날 단속 실적이 없으면 다음 순번으로 넘기지 못해 규찰대원들이 억지로라도 실적을 내는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니 단속 인원이 적거나 없는 날에는 규찰대원들이 1명이라도 더 단속하려고 무리하게 나서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단속할 대상이 없는 날도 있을 수 있는 것인데, 하루에 10명 정도는 단속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어 일부 규찰대원들이 주민들을 무리하게 잡아 세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규찰대 활동을 하는 청년 학생들도 성과와 실적 압박에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이에 청년들 속에서조차 “대체 무엇을 위한 단속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10세 미만 어린이들의 옷차림도 단속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주민들 속에서 원성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 22일 청진시 주민 김모 씨는 7세 자녀와 함께 길을 나섰다가 규찰대에 단속됐다. 아이가 영어가 새겨진 옷을 입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씨는 이날 규찰대원들에게 단속돼 아이와 길에서 3시간 동안 붙잡혀 있었고, 이후에 시 청년동맹에까지 불려 가 2시간 넘게 추궁을 받았다고 한다.

이 사건을 전해 들은 청진시 주민들은 “단속할거면 애초에 이런 옷이 시장에서 팔리지 못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아무리 그래도 어린아이까지 5시간 넘게 붙잡아 두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등 비난의 말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영어가 새겨진 옷은 청년들에게도 인기가 많은데, 그래서 청년들은 규찰대가 있으면 골목골목으로 피해 다니면서 입고 다닌다”면서 “국가가 아무리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는 옷차림을 강요해도 청년들은 결국 자신들이 선호하는 옷을 찾아 입는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이른 바 ‘자본주의 날라리풍’의 옷차림을 단속하며 이를 사상성의 척도로 삼고 있다. 일단 김일성·김정일 초상휘장(배지)을 착용하지 않은 경우 최우선으로 단속되고, 그 외에는 주로 청바지나 영어가 새겨진 옷을 입은 경우에 단속된다.

이렇게 단속에 걸리면 주민들은 속한 정치 조직에 불려 가 비판서를 쓰거나 지방방송에 신원이 낱낱이 밝혀져 공개 망신을 당하기도 하고, 심하면 노동단련대에 보내지기도 한다.

소식통은 “단순히 입고 싶어 입는 옷인데 사상성과 연관 지어 문제 삼고 평가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런 단속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모든 걸 사상 문제로 걸고 넘어지는 세상이 너무 숨막힌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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