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수용소의 노래" 제51화
  • 관리자
  • 2010-07-16 1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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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남북은 5천의 역사를 함께 살아온 한민족 이다. 어쩌다 짐승만도 못한 독재자를 만나서 세계 제일 빈곤국가로 전락한 동토의 땅을, 인간이 살수 없는 지옥의 땅을 우리들이 구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들을 구하겠는가?

라디오 방송극 “ 수용소의 노래 ” 원작 강철환, 각색 김기혁, 감독 송동렬, 오늘은 쉰 한번째 시간입니다.

설화: 순식간에 절차가 끝나고 드디어 총이 겨누어 졌다. 사형수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얼굴을 목 아래로 푹 떨구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사형집행 지휘관이 나왔다. 그는 마치도 적군을 호령하는 장수처럼 턱을 잔뜩 치켜 올리고 거만하게 사형장에 모인 관중들을 휙 둘러 본 후 소리쳤다. “민족 반역자 장천국을 향하여 쏴!” 하늘공중에 올렸던 그의 팔이 아래로 떨어지자 귀가 찢어질 듯한 총성이 세 번 반복되었다.

총소리가 터질 때마다 나는 경련을 일으켰다. 첫 번째 총성이 울리자 얼굴을 묶었던 밧줄이 끊어지며 머리가 앞으로 꺽어 졌다. 두 번째 총성에는 가슴에서 피와 살점이 막 튀면서 몸이 앞으로 숙여 졌다.

순간 나는 총을 더 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총성은 또 들렸고 처형자는 나무토막처럼 땅에 고꾸라져 나뒹굴었다. 그의 주검 주변으로 선혈이 흘렀으나 어떻게나 말랐는지 피도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수용자: “저 자식은 오늘로서 이 지긋 지긋한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갔소. 죽을 수만 있다면 오늘이라도 자다가 고스란히 저세상으로 가면 좋갔건만 에휴~”

수용자: “죽을 생각이야 하루에 수십 번도 더하지요 하지만 어카 갔소 말똥말똥한 자식들과 또 사회에 아직 남아 있는 가족들 때문에 죽지도 못하고 사실 말이지 총에 맞아 한순간의 고통으로 죽는 거야 얼마나 행복하겠소. 우리야 죽을 때까지 깨깨 말라서 죽어야 할 테니 이거야 말로 불행한 죽음이지”

수용자 :“ 쉿 조용하시오 보위원 들이 듣겠소”

수용자: “개자식들 들을 테면 들으라지 ”

설화: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는 사형수에게 다가가 보위원 한명이 권총을 꺼내들고 죽은이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순간 나는 소름이 끼쳤다. 그것이 생사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행위라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수용자 : “ 저저 백정 같은 놈들 몸뚱이에다 연 덩어리를 9발씩이나 박아 넣고 또 뭐가 모자라 죽은 사람을 저렇게 모독하나. 개 같은 놈들”

수용자: “그러게나 말일세 사실 숨이 끊어진 다음에야 죄인이 아니 잔아 저놈들도 사람이야! 인간 백정 같은 놈들”

늙은 수용자: “어험! 경치지 않겠 거둔 조용들 하게, 저놈들한테 무엇 바라나. 각자 조용히 죽은이의 명복이나 빌자구”

설화: 보위원들은 헌 마대로 넘어진 시체를 대충 감더니 개 싣듯 트럭에 던져 버리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등줄기엔 식은땀이 흉건했다.

아직도 사지가 후들거리고 맥이 쑥 빠져서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내 옆에 섰던 사람은 새로 수용소에 왔다고 했는데 그는 아예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얼마후 우리는 다시 작업반별로 줄을 서서 자기 부락으로 흩어졌다. 나도 아버지와 삼촌과 함께 교포 마을 사람들과 우리 부락을 향해 걸었다. 걸어가면서 그 누구도 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묵묵히 걸어갈 뿐이었다.

아버지: “ 철환아 오늘 일은 기억 속에서 지워버려라 이 세상에는 저런 것만 존재 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원래 아름다운 존재니라! 하지만 일부사람은 악한도 있지! 우린 지금 악한의 무리 속에서 살고 있는 거다. 하지만 아무리 악한의 무리 속에 산다 하더라도 인간의 아름다움을 버려서는 안 된다.“

철환: “알았시오 아버지, 하지만 오늘일은 쉽게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 같지 못해요. 아직도 눈앞에 얼른 거려 서리”

삼촌: “ 그래도 지워야 한다. 자꾸 생각하다보면 기억에서 지울 수가 없다 알겠니”

설화: 아버지와 삼촌은 내가 사형장면을 보고 충격에 빠져있을 것이 걱정이 되어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더욱이 아버지는 어린자식에게 인간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것이 자신의 죄라도 되는냥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셨다.

집으로 향하는 대열의 분위기는 재빛 하늘만큼이나 무거웠다. 나는 걸어가면서도 자꾸 총에 맞은 사형수의 모습이 떠오르며 총알이 내 심장에 와 박히는 환각에 빠져 들었다.

거의 4시간 40분 정도를 걸으니 마을이 보였다. 날은 완전히 어두워 졌다. 그 후 며칠간 나는 밤마다 신열을 앓으며 헛소리를 해대었다. 또 먹기만 하면 토해서 강냉이 죽도 먹을 수가 없었다.

잠을 들었다 싶으면 그 광경이 자꾸만 떠올라서 몸서리치며 깨어나기 일쑤였다. 말 한마디 못하고 죽은 사람이 대부분이라던데 직접 죽는 사람의 목소리까지 들어 놓으니 그때의 그 충격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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