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수용소의 노래" 제46화
  • 관리자
  • 2010-07-16 1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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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남북은 5천의 역사를 함께 살아온 한민족 이다. 어쩌다 짐승만도 못한 독재자를 만나서 세계 제일 빈곤국가로 전락한 동토의 땅을, 인간이 살수 없는 지옥의 땅을 우리들이 구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들을 구하겠는가?

라디오 방송극 “ 수용소의 노래 ” 원작 강철환, 각색 김기혁, 감독 송동렬, 오늘은 마흔 여섯 번째 시간입니다.

설화: 비 줄기는 금방 굵어져 세차게 내렸다. 더욱이 바람까지 불어와 고산지대의 아침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산이 깊고 높다보니 날이 흐리면 구름이 산에 걸려 한발자국 앞도 분간할 수가 없었다.

이런 날 자칫 길을 잘못 들면 무조건 죽는다는 것은 상식이었다. 옷은 이미 비에 흠뻑 젖어 8월인데도 온몸이 우들 우들 떨리고 입술마저 시퍼렇게 되었다. 게다가 두 끼를 내려 굶다나니 그야 말로 오한이 날 정도였다.

우리는 추위와 싸우면서 그날도 하루 종일 산판을 돌아다녔다. 보위원 들은 뜻뜻한 구들에서 곰 고기와 술을 먹으면서 자연의 신비스러움을 만끽하고 있었겠지만 사람이기를 포기한 우리들은 비를 맞으며 온종일 세신을 캐야만 했다. 비는 저녁에도 멈출 줄 모르고 계속해서 내렸다.

김창일: “이거 추워서 못 살갔구만 불이라도 피워야지 어디 견딜 재간
있갔어”

정철: “ 불이 한번 타기시작하면 될 텐데, 보위원 새끼들이 인정이 있으면 가지고 온 석유를 조금만 나누어 주면 제꺽 불을 살릴 수 있는데 말이야 개 같은 새끼들”

철환:“ 야! 바랄 것을 바래야지 곰 내장도 나누어 주지 않는 놈들이 석유를 나누어 주겠냐?”

수용자: “아까 보위원 막사 앞을 지나는데 고기냄새가 코를 찌르더구만. 개 같은 새끼들 곰 내장을 저희들이 끌고온 쎄빠터 들에게 주었더구만! 에혀 ~ 우리는 쎄빠터 보다 못한 인생이니 이거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있나 콱 그냥!”

설화: 수용자들은 그의 말에 모두들 격분해서 이를 갈았다. 우리는 끝내 불을 피우지 못하고 모두들 잠자리에 들었다. 말뿐인 숙소 지붕은 벌써 내려앉아서 비 가림도 하질 못하였다.

밤이 깊을수록 비는 더욱 세차게 퍼부었다. 벌써 온 하루 꼼짝없이 비를 맞고 있는 것이다. 잠은 물론 자지 못하였다. 체온이 자꾸 내려가니 몸이 뻣뻣해지고 침도 넘어가지 않는 게 꼭 죽을 것만 같았다.

참다못해 어떤 사람이 다시 불을 피우려고 시도를 하였으나 역시 헛 수고였다. 나는 젖은 옷이 너무 무거워서 벗어 버렸다. 옷을 짜니까 한 양동이 넘게 물이 나왔다.

빤쯔만 입고 있자니 이번에는 찬비가 고스란히 온몸의 맨살을 두드려 댔다. 전신에 돋은 소름은 쉽게 가시지 않았고 손가락 끝은 물에 불어서 우둘우둘 해졌다.

나는 몸을 한껏 웅크리고 다리사이로 머리를 파묻었다. 다른 몇 사람도 나처럼 옷을 벗고 웅크리고 있었다.

모두들 할 말을 잃은 지 오래되었고 어서 비가 그치고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은 똑같았다. 그 지옥 같은 밤은 무척이나 길었다.

밤도 비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이렇게 죽을 고생을 하는 동안에 보위원들은 단단하게 쳐진 천막 속에서 곰 고기로 몸보신 까지 하면서 쿨쿨 자고 있을 것이었다.

비는 새벽이 다 되어서야 멎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 싶히 하늘이 파랗게 펑하니 뚫렸다. 아침이 되자 동산에 둥근 해가 떠올랐다. 따사로운 햇빛이 비치자 몸이 조금은 녹는듯했다.

한기가 가셔지니 내정신은 아뜩하니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고 웅크러진 몸은 굳어진 듯 펴질 생각도 나지 않았다.

김창일: “자! 자! 정신들 차리자우! 보위원 새끼들 와서 또 난리를 치기전에. 정 고단하면 이따가 세신을 캐면서 조금씩 자기로 하고 지금 당장은 정신들 차리자우!”

수용자: “ 옳소! 정신들 차리자! 괜히 아침부터 개놈의 종자들한테 싫은 소리 들을 필요가 없지들 않카서. 거~ 저기 금방 졸업한 졸업생들 힘들어도 조금 참고 정신들 차리라우”

설화: 형님들은 우리가 보위원들 에게 또 욕이나 구타를 당할 것이 우려되어 돌아가며 너부러져 있는 사람들을 깨웠다. 하지만 기진맥진해진 사람들은 좀처럼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보름간의 산 생활은 이렇게 끝났다. 몸과 마음이 메마르다 보니 산 생활이 끝나서 좋다 싫다는 감정도 없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캔 세신 뿌리를 모두 등에 짊어지고 산길을 내려왔다.

보름 전에 올라올 때와는 달리 사람들은 발에 걸리는 것도 없는데 자꾸만 앞으로 넘어졌다. 그러다보니 내려오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야 야 어서 어서 내려가라. 뭘 꾸물거리고 있어. 빨리 가지 못하고 이간나 새끼들“ 보위원들은 우리를 소처럼 몰아댔다.

하지만 수용자들의 행군은 너무나 더디었다. 보름동안의 고생에 지치고 지쳐있었고 또 무거운 세신을 한 짐씩 지고 있었으니 무슨 수로 걸음을 재촉한단 말인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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