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수용소의 노래" 제45화
  • 관리자
  • 2010-07-16 11: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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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남북은 5천의 역사를 함께 살아온 한민족 이다. 어쩌다 짐승만도 못한 독재자를 만나서 세계 제일 빈곤국가로 전락한 동토의 땅을, 인간이 살수 없는 지옥의 땅을 우리들이 구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들을 구하겠는가?

라디오 방송극 “ 수용소의 노래 ” 원작 강철환, 각색 김기혁, 감독 송동렬, 오늘은 마흔 다섯 번째 시간입니다

설화: 곰이 성모 형을 쫒아 저 멀리 등선 너머로 사라지자 나는 그 제서야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안도의 숨을 쉬었지만 어떻게나 혼이 났던지 입도 못 열고 멍청히 앉아만 있었다. 맥이 쭉 빠져 움직일 기력도 없었다.

조금 후에 손이 쓰라려서 살펴보니 나무덤불에 얼굴이 다 할퀴고 손 발이 째져서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저녁이 되어 숙소에 돌아가 보니 성모 형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문뜩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모두들 성모 형이 나타나지 않아 걱정들 했고 저녁밥도 먹지 못했다. 이때 보위원이 인원 점검을 하려고 나타났다.

보위원: “야야 똑바로 서라! 에~ 지금부터 인원 점검을 하겠다. 하나 둘 셋.... 어라 한 놈이 모자라네. 어떤 놈이야 없어진 놈이!”

철환: “저 선생님 아까 저와 한조였던 성모 형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도중에 곰을 만났었는데 곰을 피해서 뛰다나니 서로 헤어졌습니다. 곰이 성모 형을 쫒아 갔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보위원 : “뭐야! 곰~ 그게 사실인가? 그놈 혹시 탈주한 것이 아니야!”

철환: “아 !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곰이 뒤 쫒아 갔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는걸 봐서는, 모두 나서서 찾아 봐야 할 텐데요.”

보위원: “ 야 이놈아 ! 이 밤중에 어떻게 산속을 뒤진단 말이냐? 그깟 놈 곰한테 물려서 뒈졌으면 뼈다귀라도 있겠지. 모두들 그만 잠들 자도록, 내일 아침 또 새벽에 세신 캐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조장은 내일 몇 놈을 배치해서 성모 놈을 찾도록 해 알갔나”

설화: 밤에는 비가 내렸다. 밤새도록 돌아오지 않는 성모 형을 기다리며 뚠 눈으로 밤을 새웠다. 성모 형은 새벽녘이 돼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그것도 황소만한 곰을 잡아가지고 기진맥진하여 숙소로 돌아왔다.

얼굴은 곰과의 사투에서 찢겨지고 터지고 말이 아니었다. 곰의 대가리에는 성모 형이 항상 가지고 다니던 손도끼가 정수리에 박혀 있었다. 곰과의 사투에서 맥이 다 빠졌을 텐데도 그 큰 황소만한 곰을 끌고 숙소까지 찾아오느라 얼굴이 반쪽이 되어있었다. 아마도 사회에서 같으면 곰한테 죽음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용소의 환경은 사람을 야생 동물보다 더 강하게 만들었다.

성모 형이 곰을 잡아 왔다는 말에 보위원들은 입이 헤벌쭉해서들 모여왔다.

보위원: “ 야 그놈 크다. 이거 곰발바닥이 정욕에 좋다는데 오늘 한번 포식을 해야겠어.”

보위원1: “ 음~ 성모 수고했다. 대단해, 이렇게 큰곰을 혼자서 잡다니. 야 ~ 빨리들 작업 나갈 차비들 하고, 조장은 곰을 제꺽 손질해서 삶도록 하라! 만약에 고기 한 점이라도 없어지는 날에는 네놈들을 삶아 버릴테니까? 그리 알라! 알겠는가?”

성모: “ 저! 선생님 이거 제가 목숨 걸고 잡은 놈인데 내장이라도 저희들이 먹도록 배려를 내려 주십시오.”

보위원: “뭐야! 이 새끼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네놈들이 감히 고기를 먹겠다고, 주제넘게? 배 가죽에 총창이 박히기 전에 당장 꺼져!”

설화: 보위원은 가지고 있던 자동보총의 총 탁 으로 성모형의 배를 힘껏 들이쳤다. “헉” 하는 소리와 함께 성모 형이 입에 피를 물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다시 한 번 그런 발상을 했다가는 죽을 줄 알라! 반동 놈의 주제에! 입은 사람입이라고 고기를 먹을 생각을 해! 야! 조장 빨리 곰을 보위원 숙소에 옮겨서 손질하도록 하라” 보위원은 이렇게 호통치고는 저희들의 숙소로 사라졌다.

황소만한 곰은 네 사람이 겨우 옮겨갔다. 그렇게 큰 곰을 혼자서 밤새껏 끌고 밀고 올 때 성모 형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아마도 고기를 조금이나마 먹을 수 있다는 한 가닥의 희망이 성모 형으로 하여금 그런 용기와 힘을 내도록 했을 것이다.

그런데 희망은커녕 고기를 먹으려 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매를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야 하는 우리들의 신세! 사냥개도 사냥을 하면 짐승의 내장은 사냥개의 차지가 된다.

하물며 사람인 우리는 그런 사냥개만도 못한 신세이니 억이 막히고 울분이 치밀어 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서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울분을 삼키고 있었다.

얼마 후 정신을 잃었던 성모 형이 정신을 차렸다. 새벽녘에 잠시 멈췄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비방울이 후두둑 후두둑 성모형의 얼굴에 떨어졌다. 입에서 흘러나온 붉은 피가 비 물과 함께 스산하게 얼굴 전체로 퍼져갔다. 저녁에도 성모 형 걱정에 모두들 굶었고 아침에는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한 가닥 희망이 사라져 버려 밥 먹을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더욱이 스산하게 내리는 비는 밥을 지으려는 생각마저도 말끔히 씻어 내려가 버렸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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