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수용소의 노래" 제43화
  • 관리자
  • 2010-07-16 1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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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남북은 5천의 역사를 함께 살아온 한민족 이다. 어쩌다 짐승만도 못한 독재자를 만나서 세계 제일 빈곤국가로 전락한 동토의 땅을, 인간이 살수 없는 지옥의 땅을 우리들이 구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들을 구하겠는가?


 

라디오 방송극 “ 수용소의 노래 ” 원작 강철환, 각색 김기혁, 감독 송동렬, 오늘은 마흔 세번째 시간입니다.


 

설화: 나도 힘은 들었지만 수용소와는 다른 분위기의 산 속에 와 있으니 어쩐지 마음이 흐뭇하고 상쾌한 기분도 들었다. “작업” 이라는 부담만 없다면 그리고 보위원의 감시만 없다면 높은 벼랑과 기묘하게 생긴 봉우리들이 어우러진 절경을 감상도 하련만 우리에게 그런 시간적 정신적 여유라고는 전혀 없었다.


 

하루 온종일 땀도 마를 새가 없이 걸었다. 목적지에 당도한 것이 저녁 6시 갑자기 시야가 탁 트였다. 서쪽하늘은 붉은 노을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우리의 눈앞에는 지금까지 온 산길과는 전혀 다른 무한한 벌판이 펼쳐졌다. 근처에 있는 나무들도 고산지대의 나무답게 모두 땅으로 길게 누운 것들뿐이었다. 저만큼 아래로 우리가 올라온 산림지대가 짙푸르게 내려다 보였다.


 

보위원: “ 정지! 정지! 이곳에 임시숙소를 친다. 그리고 내일 아침부터는 이숙소를 중심으로 열길 구간에서 약초 채취작업을 한다. 자 더 어두워 지기 전에 날래 처소를 마련하라.”


 

철환: “ 야 ! 정철아 가서 숙소를 지을 나무부터 해오자! 야 배고파 죽을지경이다. ”


 

정철: “ 기래 그렇게 하자! 버섯이 좀 없을라나? 고산지대가 돼서 모르겠다. 젠장 멧돼지나 하나 걸리문 좋갔다야”


 

철환: “ 야 멧돼지 걸리면 우리 입에 고기가 들어오겠냐 ? 개대가리 같은 새끼들 아가리에 처넣지”


 

설화: 우리는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부리나케 도끼를 찾아 들고 나무를 찍었다. 찍은 나무를 기둥으로 세우고 가설 막을 만든 다음 나뭇가지들을 잘 그 위에다 대충 덮어 놓았다.


 

이렇게 해서 하룻밤 임시숙소가 마련되었다. 숙소를 마련한 다음엔 저녁을 먹어야 했다. 나는 산을 오를 때 번갈아 가마를 진 리성모라는 사람과 함께 군용 밥통에 강냉이 쌀을 넣고 밥을 해먹었다.

리성모가 나뭇가지들을 주워오고 내가 불을 피웠다. 그러나 아무리 불을 피워 끓여도 산이 높아서 그런지 강냉이가 익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리성모: “야 이거 왜 이렇게 안 익어, 이거 고산지대가 되서 산소가 부족해서 그런 모양이군, 아무래도 안되겠다. 그냥 먹자”


 

철환: “기린것 같습니다. 그냥 대충 익었으니까 먹읍시다.”


 

리성모: “ 야 ! 저녁노을 참 좋다. 비록 선 강냉이 이지만 좋은 경치 구경하면서 먹으니 별 맞이구나”


 

설화: 우리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강냉이가 무르질 않아 생강냉이를 그냥 씹어 먹고 있었다. 벌써 주위가 어둑하였다. 어디선가 “부엉”하고 부엉이 우는 소리가 났다.


 

산에는 밤이 빨리도 찾아왔다. 우리는 온종일 산행으로 고단한 몸을 임시 숙소에 뉘었다. 먼 데서 가까운데서 산짐승 우는 소리가 귓전에 와 닿았다.


 

이른 새벽 섬뜩한 한기에 눈을 떴다. 바닥에서 습기가 올라온 옷이 눅눅하게 젖어 있었다. 몸은 천근만근 돌처럼 무거웠다. 한 여름이지만 산속의 새벽에는 냉기가 돌았다. 나는 자꾸 으스스해지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숙소 밖으로 나오자 공기가 싸아하니 그윽한 산 냄새가 물씬하게 풍겨왔다. 갖가지 산새우는 소리가 들렸다. “기상” “기상” 각 조장이 임시 숙소마다 소리를 지르며 돌아 다녔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기지개를 켜며 밖으로 나왔다. “어 춥다” 나오는 사람마다 하는 첫마디가 한결 같았다. 보위원들이 나와 사람들을 집합시켰다.


 

보위원: “ 오늘부터 외화벌이 세신 캐기 작업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하루의 책임량은 5키로 그램이다. 지금부터 주의사항을 알려주갔다. 이 주변은 수용소 경계지역이라 전기 철조망과 함정이 곳곳에 숨어 있다. 까딱 하다가는 골로 갈 위험이 있다. 절대로 철조망 근처에는 가지 말아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야생 동물을 만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항상 열 명씩 조를 지어서 언제나 함께 다녀야 한다. 이상”


 

리성모: “ 쳇, 도망칠까봐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디”


 

철환: “ 저 여기서 사회가 가까운가 보지요”


 

리성모: “ 기럼 아마 저기 보이는 등성이는 수용소 관할구역이 아닐게야”


 

설화: 리성모의 말을 들으니 저 멀리 바라보이는 머나먼 산봉우리가 마치도 신비의 세상처럼 내 눈에 다가왔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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