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수용소의 노래" 제41화
  • 관리자
  • 2010-07-16 11: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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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 남북은 5천의 역사를 함께 살아온 한민족 이다. 어쩌다 짐승만도 못한 독재자를 만나서 세계 제일 빈곤국가로 전락한 동토의 땅을, 인간이 살수 없는 지옥의 땅을 우리들이 구하지 않는다면 누가 그들을 구하겠는가?

라디오 방송극 “ 수용소의 노래 ” 원작 강철환, 각색 김기혁, 감독 송동렬, 오늘은 마흔 한 번째 시간입니다.


설화: 작업반장의 말이 계속되었다. 일의 내용이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왠지 학교보다는 여유가 있는 듯 했다.

작업반장: “지금 외화벌이 세신 캐는 일이 제기 되었다. 이제 너희들은 학생이 아니다. 사로청원답게 노력자로서 처음 하는 이 작업에 충실하여 야 한다. 그래서 죄인인 우리들에게 재생의 삶을 열어주시고 학교 공부까지 시켜준 어머니 당과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의 하해와 같은 배려에 충성으로 보답해야 한다.”

철환: “ 하필이면 그 일이 제일 먼저 걸려들 건 뭐람, 제발 그런 일은 좀 안했으면 좋으련만, 재수 없이 첫 작업부터 이동작업이라니,”

정철: “기리게 말이야! 내일 부터는 비가 온다고 하던데, 이거 처음부터 된통 걸렸다야”

작업반장: “ 그러니 각자 보름간 먹을 식량과 산에서 잘 준비를 해가지고 내일 아침 일곱 시에 이곳에 집합한다. 알갔나? 모두 늦지 않도록!”

설화: 지긋지긋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첫발을 딛는 우리들의 앞길에 뭐 그리 좋은 길이 열려 있으리라고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막상 돌아오는 길에 하늘을 뒤덮는 먹장구름을 보니 어쩐지 마음한구석이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을 더 뒤집어 놓으려는 듯 바람까지 불었다. 장마 후 가물었던 대지에 먹장구름이 뒤엎고 돌개바람이 불어와 먼지가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돌개바람이 먼지뿐만 아니라 내 몸도 감싸서 뻥 뚫린 하늘로 데려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수용소에서 갇힌 모든 사람들을 휩쓸어 지옥 같은 곳에서 꺼내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내 머리 속을 맴돌았다.

문득 어머니 생각이 또다시 주마등처럼 내 머리를 스쳤고 눈에는 눈물이 핑그르 돌았다. 인자하시던 할아버지 생각이랑 또 평양의 우리 집 아랫목도 생각이 났다.

동내 어귀에 들어서니 저 멀리 흰옷을 입으신 할머니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날은 벌써 어득어득 해오고 거기다 비 방울 까지 후득 후득 떨어졌다. 집 앞 앞산너머 번쩍 하고 번개가 치더니 이내 “꽈르릉”하는 우뢰소리가 요덕의 산골짜기들을 메아리쳐 갔다.

할머니: “에그 이제야 오니? 그래 내일은 하루 쉬고 일 나가갔디?”

철환: “쉬는게 다 뭐야요. 내일 아침 이동작업 나가야 되요”

할머니: “ 이동작업이라니? 내일은 비가 많이 온다고 하던데 웬 이동작업을 가노”

철환: “외화 벌인지 내화 벌인지, 세신 캐러 가야해요”

설화: 할머니는 나의 말을 들으시고는 너무도 어이가 없어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다만 또다시 죄책감이 밀려드시는지 치마고름으로 눈 굽을 찍으시는 것이 내 눈에 띄었다.

저녁 늦게 아버지와 삼촌이 돌아왔다. 아버지는 “우리 철환이 오늘 졸업했니?”하시며 내 등을 쓸어 주셨다. “사회에 있었으면 졸업했다고 축하라도 해주고 함께 기뻐해주련만”

아버지의 눈시울이 벌개 지는 것을 보고 나는 슬며시 아버지의 얼굴에서 눈을 돌렸다. 나까지 마음이 이상해졌다. 마른 장작개비처럼 바짝 여윈 몸에 흰머리까지 있어 나이에 비해 벌써 노인처럼 보이는 아버지. 사랑하는 아내와 강제 이혼을 당하고 앞날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을 빼앗긴 삶을 살아가는 아버지였다.

처음으로 아버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니 그분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사회에서라면 아들의 모습을 희망과 기대로 바라보겠지만 꿈이 없는 생활은 그런 것을 모두 말살시켜 버렸다.

할머니: “아니 글쎄 학교를 졸업한날부터 불러내서는 내일부터 세신인지 네신인지를 캐러 이동작업을 간다는구나, 애들이 어케 어른들과 같이 일을 해낼지 걱정이다.”

삼촌: “할머니 그놈들이 언제 사람이었습니까? 짐승보다 못한 놈들이지요. 철환아! 사회는 학교와는 다르다. 잘못하면 완전통제구역이나 즉결심판대에 세운다는 것을 명심하고 조심 또 조심하거라. 너 거 욱~ 하는 성미도 고치고”

설화: 조금 후에 아버지가 침통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어떻게 하갔니. 여기 법이 그런 걸, 그저 속상한 일 있어도 참고 남의 뒷소리 듣지 않게 열심히 하거라”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는 아들에게 조심하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는 것이 괴로운 듯 마라초를 태우는 아버지의 주름진 눈가가 왠지 더 슬프게 느껴졌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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