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北, 베트남에 "개혁·개방(도이모이) 경험 전수해달라"-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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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8-10 09: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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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김영남 등 北수뇌부, 개혁·개방 발언 잇따라]
北매체엔 개방 발언 소개 안 돼… 외부지원 유도용 연막일 수도
"계획경제 포기·배급제 폐지"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통일부선 "그럴 가능성 희박"

북한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국회의장 격·서열 2위)이 지난 7일 응우옌 떤 중 베트남 총리와의 회담에서 "베트남이 사회·경제 건설과 개발 과정에서 쌓은 경험을 (우리와) 공유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김영남은 당시 하노이에서 열린 회담에서 "베트남이 사회·경제 개발과 국가 건설 과정에서 이룩한 성취는 국가 건설과 개발 과정에 있는 조선(북한)에 격려가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현지 영자신문 베트남뉴스(VNS)가 8일 보도했다. 북한이 사실상 베트남의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모이'의 경험을 전수해달라고 공식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icon_img_caption.jpg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왼쪽)과 응우옌 떤 중 베트남 총리가 지난 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회담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하노이를 방문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앞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지난 2일 평양에서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중국의 경제개발 구상인 '12·5 계획'과 '샤오캉(小康) 사회'를 이례적으로 언급하며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이 노동당의 목표"라고 말했었다.

이처럼 북한 수뇌부가 중국과 베트남의 개혁·개방 정책을 높이 평가한 것에 대해 이화여대 조동호 교수는 "김정은이 세습의 정당성을 확인받고 인민들의 지지를 얻자면 경제강국 건설이 시급하다"며 "해법은 해외의 자본·기술을 받아들이는 개방밖에 없는데 이 대목에서 중국과 베트남의 경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 당국이 시범 실시 중인 경제관리 개선 조치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 6월 28일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 체제 확립에 대하여'란 제목의 경제관리 개선 조치(일명 '6·28 조치', 본지 7월25일자 A1·8면 참조)를 제시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보위에서 이 조치의 주요 내용으로 △협동농장의 분조(分組·농사짓는 기본단위) 규모 축소 △공장·기업소의 경영 자율권 확대 △당·군이 독점해온 경제 사업의 내각 이관 등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6일부터 북한 각지에서 '6·28 조치'에 대한 강연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북한이 계획경제를 포기했고 배급제도 폐지했다"고 9일 보도했다. "국가기관 사무원들과 교육·의료 부분 직원들에 한해서만 국가가 배급을 주고 기타 근로자들의 배급제는 폐지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경제개선 조치들도 결국은 현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스스로 체제를 허무는 계획경제 포기나 배급제 폐지 선언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일이 지난해 12월 사망하고, 김정은 체제가 출범한 지 6개월을 넘기면서 북한에서 일부 개혁·개방을 시사하는 움직임이 줄을 잇는 것만은 분명하다. 안보부서 관계자는 "경제 개선 조치에 거부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 군부 강경파 리영호 전 총참모장이 지난달 15일 숙청된 것은 6개월에 걸친 김정은의 내부 정리 작업이 일단락됐다는 의미"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 소식통은 "문제의 김정은·김영남 발언이 북한 매체에는 단 한 줄도 소개되지 않았다"며 "진지한 개혁·개방 의사도 없으면서 외부 세계의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연막을 치는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도 지난달 국회 보고에서 "김정은이 (6·28 조치 시행에서) 사회주의 원칙 고수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해 근본적인 개혁·개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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