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독재자 무너질 때마다 '움찔'했던 김정일
  • 관리자
  • 2011-10-21 11: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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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북한 김정일(69)은 세계 각국의 독재자가 무너질 때마다 어떤 생각을 할까. 북한은 절대 권력을 3대(代)째 이어 가고 있는 대표적인 독재 정권이니, 충격과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989년 루마니아 차우셰스쿠 죽자, “우리도 죽임당할 수 있다”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셰스쿠는 북한의 ‘독재모델’을 차용했다. 1971년 평양을 방문한 그는 김일성을 ‘민족의 태양’으로 떠받드는 북한의 우상화에 감동했다. 귀국하자마자 루마니아판 주체사상을 밀고 나갔다. 아내를 제1부총리에 임명하고 아들을 요직에 앉히는 족벌통치도 베꼈다.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셰스쿠. /조선일보DB
1989년 차우세스쿠는 부부가 총탄 160여발을 맞고 처형됐다는 소식에 김정일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민중봉기를 두려워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김정일이 쫓겨난 차우셰스쿠의 죽음과 성난 군중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물을 1990년 초 일주일 내내 북한 관리들에게 보여주면서 “우리도 인민들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말을 강박적으로 반복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6번 암살 시도에도 살아남아 ‘불사조’라 불리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 /조선일보DB
◆2011년 ‘재스민 혁명’으로 무바라크 축출되자 ‘탱크 무장’

차우셰스쿠 사후 22년이 지났지만, 김정일은 여전히 마음을 놓지 않고 있다. 최근 중동에서 잇따른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6번 암살 시도에도 살아남아 ‘불사조’라 불리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은 김정일과 통하는 인물이었다. 1999년 무바라크는 김정일 앞으로 “친선적인 귀국 인민에게 무궁한 번영과 진보가 있을 것을 충심으로 축원한다”는 축전을 보냈었다.

지난 3월 국정원 고위관계자는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고 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유사한 사태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 관저 주변에 탱크 등의 화기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집트 시위가 절정이던 2월 초순쯤 김정일은 평양 용성에 있는 자신의 21호 관저 주변에 탱크 수십대를 배치했다는 것이다. 대북전문매체 열린북한방송은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일은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나야 할 상황에 부닥치자 극도의 경계심에 이 같은 지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선인민군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사단' 전차훈련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일의 ‘관저 무장’은 아들 김정은에게 권력을 이양할 채비를 했던 지난해에도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북한에서 ‘3대 세습’이 진행되던 지난해 김정일은 주민들의 불만을 우려해 자신이 자주 이용하는 관저를 비롯해 평양, 강원, 함경남도 등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도 각각 장갑차 10대씩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북한 전역 10개 지역에 배치된 장갑차는 100대에 달하며 현재도 그 자리에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왕중왕’ 자처했던 카다피 비참한 죽음에 北 침묵

21일 42년간의 장기 독재 끝에 시민군에게 처단된 카다피의 죽음에 대해 북한은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북한은 2006년 12월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사형당했을 때도 무려 18일이 지난 뒤에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을 통해 처형사실을 간단히 전했다.

출처=조선일보DB
북한 정권과 카다피 정권은 공통점이 적지 않다. ‘제국주의’ 미국에 맞선다는 기치를 나란히 내건 데다, 독재적 정치체제가 닮은꼴이다. 권력의 부자세습을 추진하는 점도 비슷하다. 북한과 리비아는 서로 ‘맹방 중의 맹방’으로 우대해왔다. 북한은 미국·영국·프랑스 연합군의 리비아를 공습하자 “반인륜 범죄”라며 맹비난했다.

김정일과 카다피는 1942년생으로 나이도 같다.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로 정권이 흔들거리고 있는 예멘의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도 이들과 동갑이다.

주리비아 북한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지난 8월 리비아 반군 대표기관인 NTC를 리비아 합법정부로 인정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두고 봐야지”라고만 했다.

김정은 관련 사진모음. 룡성기계연합기업소에 나란히 걸린 김정일·김정은의 현지지도 현판과 김정은(좌측 하단)의 모습. 붉은색 원 안이 김정은 현판. /연합뉴스·신화통신
북한은 3대 세습을 공식화하는 분위기다. 함경남도 함흥의 기업소는 27살에 불과한 김정은이 공장을 다녀간 것에 대해 현판까지 따로 만들어 걸었다. 이들은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동지께서 다녀가신 선군 주철공장”이라며 송구해한다. 현판을 보면 왼쪽부터 차례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다녀가신 건물’, ‘위대한 령도자(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다녀가신 건물’,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동지께서 다녀가신 선군 주철공장’이라고 적혀 있다. 3대(代)로 세습되는 북한 권력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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