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中 북한식당 '집단탈북' 함구령…"소환령 떨어질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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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12 11:3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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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홍제성 특파원 = "그런 얘기 믿지 않습니다."

중국 상하이의 A 북한식당 여종업원은 11일 닝보(寧波)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의 집단탈북 사건을 묻자 곧바로 "그런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 얘기 믿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상냥한 투의 목소리였지만 얼굴은 다소 굳어졌다. 사진 촬영도 막아섰다.

여종업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미 집단탈북 사태를 알고 미리 교육을 받은 눈치였다.

이날 점심시간 식당에는 4∼5개 테이블이 차 있었다. 예전보다는 손님이 제법 있는 편이었다.

한 종업원은 계속된 질문에 "북한이 아니라 북조선"이라고 정정해주면서 "(식자재가) 북조선에서 날아오니까 아무래도 좀 가격이 비쌀 수 있다. 그래도 다른 식당에 비해 여기는 싼 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날 점심때 찾은 베이징의 평양은반관 종업원도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탈북사실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주중 북한대사관 가까이에 위치한 이 식당 종업원은 종업원 탈북사실을 묻자 음식의 질이 어떠냐는 엉뚱한 질문으로 맞대응하기도 했다.

이 식당은 주로 중국인을 겨냥한 음식점인데다 점심 때여서 그런지 절반이상 테이블에 손님이 찼다.

북한식당 종업원의 집단탈북 소식이 전해진 뒤로 북한 식당들은 여종업원 관리를 맡는 지도원의 단속으로 질문에 딴소리를 하거나 다른 얘기로 말을 돌리는 함구령이 내려진 듯 했다.

상하이 푸둥의 한 북한식당을 운영하는 중국인 사장은 이날 최근 집단탈북 얘기를 처음 들었다며 비상한 관심을 내비친 뒤 "여종업원 담당하는 관리지도원에게 뭐라고 물어보기가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손님이 예전보다 3분의 1로 줄어들어 큰 고민"이라고 걱정을 토로했다.

상하이에는 모두 10여곳의 북한 식당이 운영되고 있는데 북한 정부가 직영하는 식당은 1곳 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조선족이나 중국인이 합영하는 식당들이다. 북한측이 인력공급, 음식요리, 서비스 등을 담당하게 된다.

이들 식당의 영업은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전부터 북한 식당의 음식값이 비싸고 한국인 입맛에 맞지 않다는 소문으로 한국인 손님은 격감한 상태였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국 교민들과 기업들이 발길을 끊은데다 한국 관광객들도 북한 식당 출입을 꺼리면서 손님이 80% 가량 줄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새로운 고객층이 된 중국 공무원들 역시 최근의 반부패 드라이브로 식사 접대비 제한이 생기면서 북한식당 발길을 끊고 있다.

한국교민이 모여사는 상하이 훙췐루의 한 식당은 일식집으로 운영되다 개성공단 폐쇄 1주일전 북한에서 공연팀과 여종업원을 데려와 북한 음식점으로 꾸몄다가 손님들이 아예 찾지 않아 된서리를 맞았다.

상하이 지역의 북한식당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인접한 장인(江陰), 창저우(常州) 등 중소도시의 북한 식당은 이미 문을 닫은지 오래다. 집단탈북이 발생한 닝보 류경식당처럼 통상 북한식당들은 경영압박이 생기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한 소식통의 전언이다.

항저우(杭州)에서 운영되는 북한식당 6곳도 모두 장사가 안되기는 매 한가지다. 항저우 지역 한 교민은 "최근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과 현지 유학생들을 상대로 소환령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한 북한 식당[연합뉴스 자료사진]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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