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송상현 前ICC소장 "김정은 ICC 제소시 北권력층 동요"
  • 관리자
  • 2016-02-22 08: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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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현 前 ICC소장
송상현 前 ICC소장
"중·러 안보리 거부권 행사 여부가 관건"…"국제여론 고조 분위기"
ICC 영장 만료시효 없어…"유죄 가능성은 예측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 법정에 세우기는 쉽지 않겠지만, 현실화된다면 북한 권력층의 동요를 일으킬 정도의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송상현 전 ICC 소장은 이달 19일 서울 종로구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실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김정은의 ICC 제소 가능성과 의미 등을 전망하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최근 마르주카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 특별 보고관은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 정권 수뇌부가 반인도적 범죄로 재판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북한 정부에 알려야 한다고 유엔에 건의했다.

ICC는 반인도적 범죄를 수사하고 재판하기 위해 2002년 7월 설립된 세계 최초의 상설 국제재판소다. 현재 123개국이 당사국으로 가입했다.

송 전 소장은 2003년 ICC 초대 재판관으로 선출돼 2006년 재판관 재선을 거쳐 2009년부터 지난해 3월 퇴임 때까지 재판소장을 역임한 ICC 최고 전문가다. 지금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로 국제사회의 여론이 북한에 더욱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ICC 제소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이런 여론이 고조되면 몇 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중국과 러시아도 거부할 수 없는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ICC 설립 근거인 '로마협약'에 따르면 ICC 비가입국인 북한을 ICC에 제소할 수 있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밖에 없다.

작년 말 유엔총회가 전년에 이어 북한 인권 문제 최고책임자를 ICC에 넘기도록 권고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안보리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송 전 소장은 이런 상황을 전제하면서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명분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ICC에서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을 고조시키면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리가 북한과 같이 ICC 비가입국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것은 수단과 리비아 등 두 사례가 있다.

안보리 결의로 ICC가 김정은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면 김정은은 물론 북한 권력층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송 전 소장은 전망했다.

그는 "ICC는 궐석재판을 인정하지 않아 김정은이 거부하고 강하게 버티면 재판을 진행할 순 없다"면서도 "북한의 군부 등 권력층이 김정은에 의구심을 품고 각자 다른 계산을 하면서 북한 권력 구조에 균열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ICC가 발부하는 구속영장은 만료시한이 없다"면서 "김정은의 영장이 발부되면 평생 123개 ICC 가입국을 방문하지 못하고 ICC 미가입국에도 체포될 위험 때문에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ICC가 김정은에게 유죄 판결을 내릴 가능성과 관련해 송 전 소장은 "ICC 재판은 국내 형사재판처럼 원활하고 쉬운 적이 없었다"며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수사 검사가 의지를 갖고 방대한 자료와 증언을 정리해 사실 관계를 증명해 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비정부기구(NGO)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협조, 증인에 대한 협박과 증거인멸 시도에 대한 적절한 대응도 필수적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ICC가 인권 범죄를 저지른 책임자를 단죄한 사례는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반군 지도자 코머스 루방가는 15세 미만 소년병을 인종청소에 동원한 전쟁범죄 혐의로 징역 14년을 선고받고 작년 말 네덜란드 헤이그 감옥에 갇혔다.

한편, 송 전 소장은 최근 오준 주(駐)유엔 한국대사가 유엔 공개토의에서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에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서는 "이제까지 회원국 자격이 정지되거나 제명된 사례는 없다"면서도 "북한에 10여년간 유화정책을 썼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는 비판이 국제사회에서 제기돼 강경론이 고개를 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ICC에서 나온 이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활동에 전념하는 송 전 소장은 "한국은 정기후원자, 개인후원성금, 본부 송금액 규모에서 전 세계 1등을 하는 모범국가"라며 "난민국이 된 시리아와 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네팔의 아동을 위한 인도적 지원 사업과 국내 다문화 가정 어린이 놀이터 사업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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