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김일성 교시 새긴 나무 베고 새 것 심는 설정… 김정은 시대 들어 생긴 북한식 판타지 소설"-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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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7-03 1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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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작가 장해성·이지명씨… 최근 북한 문학의 변화 지적

 
"북한 문학도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변하고 있다. 올해 북한 문예지 '조선문학' 5월호엔 김일성 교시가 새겨진 사과나무를 베고 새 나무를 심는다고 설정한 단편 소설이 실렸다. '늙고 낡은 것을 도태시키고 새롭고 젊은 지도자의 말을 들어라'는 교시가 들어 있는 것이다."

탈북 문인 장해성씨가 지난 1일 서울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탈북 문학 세미나 및 남북 문인 시 낭송회'에서 최근 북한 문학의 변화를 지적했다.
 
북한에서 조선중앙TV 기자와 희곡작가로 활동한 장씨는 북한 작가 한철순의 단편 소설 '화창한 봄날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함경도에서 여성 관리가 옛 사과나무를 다 베고 새 품종을 심는다는 이야기다. 김일성 교시가 새겨진 나무까지 베어버리지만 처벌받지 않고 오히려 평양 정권으로부터 혁신을 한 공로로 칭찬받는다는 내용이다.
 
장씨는 "옛날 같으면 생각도 못할 북한식 판타지 소설"이라며 "작가 혼자서 마음대로 쓴 게 아니라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문학과는 다른 김정은 시대의 문학을 하라는 지도부의 교시가 내려왔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장씨는 "북한에서 문인들은 겉으론 김일성 찬양시를 썼지만 술을 마시면 김일성과 김정일 욕을 늘어놓았다"며 "김일성이 죽었을 때 문인들끼린 '야, 이제 한 놈만 더 죽으면 된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일성 욕을 제일 많이 하는 문인이 김일성 찬양시를 가장 잘 쓰더라"며 웃었다. 그는 "김일성이 중국 동북지방에서 항일 투쟁을 했지만, 그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았다"며 "그러다 보니 김정일이 김일성 우상화 문학에 더 매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 소설가 이지명씨는 "북한에서 나는 독재 정권을 위해 글을 쓴 '가짜 작가'였다"며 "오늘날 북한 주민들이 고분고분 사는 것은 다 나 같은 가짜 작가들의 잘못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자책했다. 그는 2008년 한국에서 장편 '삶은 어디에'를 냈다.
 
그러나 그는 "책이 몇백 권이나 팔렸는지 모르겠고, 인세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탈북 작가들의 책이 한국에선 잘 팔리지 않는다. 우리 탈북 문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창작을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한다.
 
그러나 탈북 작가들이 북한 독재 정권의 실상을 밝히는 글을 계속 써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그것을 읽게 된다면 북한 사회는 반드시 변한다. 그런 임무가 제 작은 어깨에 달려 있다고 자각한다."

이날 세미나에서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북한 인권 선언' 초안을 발표했다.
 
그는 "우리 문인들은 저 세계의 진실을 말하는 데 너무 게을렀고 이미 늦었다"고 탄식했다.
 
그는 "북한에서도 솔제니친 같은 (반체제) 작가가 나오도록 우리가 도와야 한국 문학이 위대한 문학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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