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北, 대화록 공개 맹비난…남북대화 당장 어려울 듯-동아닷컴
  • 관리자
  • 2013-06-27 09: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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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사흘 만에 예상대로 강하게 반발하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27일 새벽 '대변인 긴급성명'이라는 이례적인 방식을 통해 대화록 공개를 "최고존엄에 대한 우롱이고 대화상대방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성명은 "담화록 공개가 청와대의 현 당국자의 직접적인 승인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또 "북남대화와 북남관계 개선을 바라는 온 겨레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남조선 안에 동족대결광란을 일으켜보려는 속심이 깔려있다"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이번 망동을 절대로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화록까지 당리당략의 제물로 삼는다고 비난하면서 "그 무슨 신뢰를 논할 체면이 있는가"라고 '신뢰'를 정면으로 문제삼았다.

북한이 대화록 공개에 이 같은 입장을 밝힘에 따라 남북간 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긴급성명이라는 형식으로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믿을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며 "남북 당국간 대화가 상당 기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북한의 이번 성명이 이날 오후 열리는 한중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왔다는 사실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남북대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이 문제에 먼저 쐐기를 박아두겠다는 의도를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의 탕자쉬안(唐家璇)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면담하면서 "최근 남북 당국대화가 무산된 것이 안타깝다. 형식이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태도를 보이는 것인 만큼 내용을 지배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대화를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중국 측이 북한을 설득해달라"고 요청했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성명을 통해 남한 정부가 정상회담의 대화록까지 공개하는 상황에서 남북 당국간 회담을 개최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중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긴급성명을 발표해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며 "중국으로서도 북한을 설득하기 어려운 국면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남북대화가 어려워진 것으로까지 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언제든지 자기들이 필요하다면 (대화에) 나오는데 전체적으로 국면을 대화로서 끌고가는 것으로 전술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시기적으로 자기들 이해관계에 따라서 타이밍이 적절치 안다고 조절하는 상황일 수 있고 전체적으로는 대화로 가자고 하는 전술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이 박근혜 정부와 관계 복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박 대통령의 2002년 방북 발언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성명은 "사실 종북을 내들고 문제시하려 든다면 역대 괴뢰 당국자치고 지금까지 평양을 방문했던 그 누구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만 언급, 그동안 일각에서 가능성을 제기한 박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대화내용 공개는 하지 않았다.

조평통 서기국은 작년 6월 "박근혜는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해 장군님(김정일)의 접견을 받고 친북발언을 적지 않게 했다"며 "우리는 필요하다면 남측의 전·현직 당국자와 국회의원들이 평양에 와서 한 모든 일과 행적, 발언들을 전부 공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그같이 상황은 생기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북한이 정세 관리를 위한 남북회담을 열 수 있다는 최소한의 여지는 남겨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미국과 대화를 위해 남한과 형식적인 눈맞춤 정도의 회담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회담이 열리더라도 현안을 깊이있게 논의하는 대화는 당분간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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