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92세 6·25영웅을 "민족 반역자"라 비난한 31세 민주 의원
  • 관리자
  • 2012-10-22 09:41:50
  • 조회수 : 2,643
"잘못된 과(過)를 가지고 있는 이 민족 반역자가 대한민국 국군 지도자로 설 수 있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민주통합당 김광진(31) 의원은 19일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우리 군의 원로인 백선엽(白善燁·92) 장군(예비역 육군대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의원은 민족문제연구소 전남동부지구 사무국장 출신으로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

김 의원이 문제 삼은 것은 백 장군이 일제(日帝)시대 만주군관학교 출신으로 간도특설대 소위로 임관했다는 점이다. 백 장군은 회고록에서 간도특설대 소위로 임관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밝혔고, 당시 독립군이 아니라 중공 팔로군을 격퇴하는 데 주로 활동했다고 했었다. 백 장군은 일부에서 자신이 '독립군 토벌을 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2009년 인터뷰에서 "독립군을 구경도 해보지 못했는데 무슨 토벌을 하느냐"고 했다.

백 장군은 6·25 당시 낙동강 방어선, 칠곡 다부동 전투, 38선 돌파와 평양 입성(入城), 1·4 후퇴 뒤 서울 탈환을 최선봉에서 이끌었다.


icon_img_caption.jpg 백선엽 장관과 김광진 의원
우리 군은 물론 당시 참전했던 미군도 백 장군을 '살아있는 6·25 영웅'으로 예우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사령관 부임식이나 이임식 때 "존경하는 백선엽 장군"이라는 말로 인사말을 시작하는 전통이 있으며, 미군 장성 진급자들의 해외 연수 프로그램의 필수 코스는 '한국에 찾아가 백 장군을 만나는 것'이다. 다부동 전투는 미군사학교 교재와 전사(戰史)에도 실려 있다. 그런 백 장군을 우리 국회 국감장에서 '민족 반역자'라고 부른 셈이다.

이날 기무사령관(중장) 출신의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은 "제복 입은 현역들은 모두 일어나라"면서 합참의장과 육·해·공군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 40여명을 일으켜 세웠다. 김 의원은 최근 대선 쟁점이 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거론하며 "여러분은 다음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통수권자가 바뀌어도 명령을 받들어야 한다"며 "'지상도 그렇고 해상(영토선)은 NLL, 공상(영토선)은 NLL을 이은 상공이다' 이게 맞으면 앉고 틀리면 서 계시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말이 끝나자 군 장성들은 일제히 앉았다.

자국(自國) 군 원로와 현직 장성들을 이런 식으로 대접하는 것은 선진국에선 생각하기도 힘든 일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회에선 31세짜리 의원이 92세의 전쟁 영웅을 '민족반역자'라 부르며 모욕을 주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