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조선단독]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공개 말라"던 테러 현장 사진 봤더니
  • 관리자
  • 2012-10-11 09: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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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테러 파편 속 셔터 눌렀던 김상영씨, 10여장 사상 첫 공개
"유족 가슴 찢어지겠지만… 이 사진들이 추모비 건립에 도움되길"

당시 정부 "국민을 또 아프게 할 수 없다" 사진 공개 막아
국내 유일의 아웅산 테러 직후 현장사진 29년만에 공개
'꽝'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셔터 누른 뒤 실신… 깨어나 피범벅 상태서 촬영
청와대 경호원에 "소중한 것이 기록돼 있다" 카메라 넘기고 또 의식 잃어
외신 한 곳서 "평생 먹고살게 해줄 테니 필름 달라" 제의… 단번에 거절

"의정부에서 왔습니다. 29년간 간직해온 겁니다.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라고 생각해 아무 대가 없이, 아무 사심 없이 드립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일보 편집국으로 파란 점퍼 차림의 70대 남성이 찾아왔다. 한 손에 하얀색 봉투가 들려 있었다. 김상영(金相榮·70)씨. 그는 1983년 10월 9일 미얀마 아웅산 폭탄 테러 당시 문화공보부 보도국 사진과 소속으로 현장에 있었다.
그는 이날 본지에 테러 당시의 처참했던 현장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컬러 사진 10여장을 기탁했다. 김씨는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국민을 또 아프게 하지 말라'며 사진 공개를 금지해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보관해왔다"면서 "오늘 아침 신문에 아웅산에 희생자들의 추모비를 건립하고 국민 모금 운동도 한다고 해서 이 사진들이 모금 운동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갖고 왔다"고 말했다.
icon_img_caption.jpg (위 사진)29년 전인 1983년 10월 9일. 미얀마 양곤의 아웅산 묘소에 도착한 우리 측 각료와 수행원들이 북한의 폭탄 테러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이들을 청와대 경호원들과 미얀마 주재 대사관 직원들이 달려가 일으키고 있다. 아래 사진은 폭탄 테러 직전 모습. 아래 사진 현장이 위 사진 현장으로 처참하게 변한 것이다. 본지는 처참한 장면이지만 당시 상황을 증언하기 위해 이 사진을 흑백으로 처리해 공개하기로 했다. /김상영씨 제공
이어 "이 사진이 공개되면 유족은 또 한 번 기겁하고, 나는 공개하지 말라는 약속을 어기는 못난이가 될지 모른다"면서 "하지만 북한의 테러 실상 증거를 기록하고, 나라를 위해 일하다 숨져간 이들을 추모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도리이고, 대한민국의 존재 가치라는 생각에 기탁한다"고 말했다.
아웅산 테러 직후 현장에서 유일한 사진을 찍은 김씨는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수술 세 번 끝에 납탄 6개를 몸에서 제거했고, 그 후유증으로 왼손을 제대로 쓰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토록 급박했던 상황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셔터를 눌러 역사를 기록했고, 이후 29년간 서랍 속에 넣어 보관해왔던 사진들을 본지에 이날 전달한 것이다. 김씨로부터 1시간 30여분 동안 당시 테러 현장의 급박했던 상황과 그런 상황에서 사진을 찍고 보관하게 된 과정, 또 이 사진을 본지에 기탁하게 된 이유 등을 들어 다시 정리했다.
icon_img_caption.jpg 아웅산 폭발 직후… 쓰러지며 셔터 눌러 - 29년 전, 아웅산 테러 현장에서 폭탄이 터지던 당시 김상영씨가 순간적으로 셔터를 눌러 찍은 사진이다. 김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촬영한 사진이라 초점이 흔들려 있다. /김상영씨 제공
1983년 10월 9일 아침. 미얀마 수도 양곤의 한 호텔에는 이범석 당시 외무부 장관, 김재익 청와대 수석 등이 모였다. 아침 식사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식사라고 나온 건 까맣게 타버린 토스트 몇 조각과 바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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