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식량난 北의 고육책… 생산 늘리려 자본주의式 개인농 묵인-동아닷컴
  • 관리자
  • 2012-09-25 06: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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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내년부터 가족단위 경작 암묵적 허용 방침
협동농장 공동생산 시스템 바꾸는 시발점 될듯
농민들, 환영하면서도 권력기관 착취할까 우려

 
 북한의 ‘가족 단위 경작제’ 암묵적 허용 조치는 ‘공동생산 공동분배’라는 북한식 사회주의 농업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단위면적당 협동농장에서 생산하는 수확량이 개인 텃밭 생산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도 생산시스템을 바꾸지 않았던 북한 당국이 결국 ‘공동생산’보다는 개인의 책임 아래 생산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협동농장은 보통 3∼20개의 작업반으로 이뤄져 있다. 작업반마다 10개 미만의 분조가 있다. 각 분조는 15∼20명의 농장원으로 구성된다. 결국 하나의 협동농장은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의 농장원으로 이뤄진 셈이다.

이번 농업개혁 조치에 따르면 겉으론 3∼6명 단위로 협동농장 분조를 나누는 것까지만 허용한다. 사회주의 농업의 핵심인 협동농장 체제를 유지하는 명분을 세우는 것. 하지만 분조가 가족 단위까지 쪼개지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진 않지만 이를 단속하지도 않겠다는 게 핵심 포인트다.


북한의 농지개혁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북한 당국은 수십 년 넘게 중국의 가족 단위 경작제를 자본주의 도입의 시초라고 비난해왔고 이를 주장한 사람들을 정치범수용소에 보냈다.
 
올 4월 이명박 대통령이 “이북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려면 협동농장을 해체하고 농지개혁을 해야 한다”고 발언했을 때도 ‘혁명무력의 특별보복’을 거론하며 맹비난했다. 이를 의식한 듯 북한은 최근 움직임을 ‘개혁’이나 ‘개방’이라는 용어 대신 ‘우리식 경제개선 조치’라고 표현했다.

3∼6명 단위의 분조제는 북한 농촌에서 크게 3가지 형태의 생산방식을 파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분조가 다시 농가별로 땅을 나누는 사실상의 개인농 방식과 친인척 단위로 공동 경작하는 방식, 분조원이 서로 협력해 농사짓는 방식이다.
 
 북한에는 가족원 2∼3명이 모두 농장원인 농가가 많다. 두 가족만 합쳐도 사실상 1개 분조가 된다. 부모와 자식, 형제 등 친인척이 한마을에 모여 살기 때문에 가족경영제는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중국이 개혁개방 초기 실시한 승포제(承包制)와 상당히 비슷하다. 승포제란 중국이 1978년 도입한 일종의 계약영농제로 국가가 정한 일정 수확량을 초과하는 부분은 시장에서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국가가 농민에게 토지를 직접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국식 승포제와는 다소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해당 토지의 5년간 생산량에 기초해 생산물의 70%를 국가에 바치게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가는 생산물을 현물 또는 현금으로 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개혁을 단행하기 전에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농민들은 당국의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막강한 권력과 인원을 보유한 권력기관들이 각종 구실로 농민의 재산을 착취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농민들이 농산물 처분권을 가지면 농산물에 인플레이션이 심화돼 먹고사는 게 훨씬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명분을 중시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논의된 경제개혁의 실질적 내용은 발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83세 고령인 최영림 총리의 교체 같은 지도부 인사나 통치 체계의 개편 등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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