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北 실상 알자"…주한미군, 이례적 탈북민 초청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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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2-29 09: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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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통일이 되면 적군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 여러분(미군)을 북으로 데려가 내 친구와 가족을 소개해주고 싶습니다".

북한에서 10년간 군복무한 경험이 있는 탈북민 켄 엄(36) 씨가 미 8군 52방공연대 6대대 장병 대상의 강연에서 이렇게 말하자 열렬한 박수가 쏟아졌다.

28일 미군 기관지 성조지는 엄 씨를 비롯한 탈북민 4명이 지난 2일 수원 공군기지에서 강연한 내용과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북한에서 20대 대부분을 군에서 보낸 엄 씨가 복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의 가족들은 이미 탈북한 뒤였다. 처음엔 화가 났지만 곧 마음을 추슬러 생활하던 그는 가족문제로 노동당 입당이 거절되자 탈북을 결심했다고 소개했다.

엄 씨의 강연에 미군 장병들은 처음에는 '말도 안 돼'라고 외치다가도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고 성조지는 전했다.

탈북해 미국 뉴저지에 정착한 양소현 씨도 강연대에 섰다.

양 씨는 북에 있을 때 미군을 상징하는 눈사람을 만든 뒤 뜨거운 물을 부었던 기억과 이불로 창을 가리고 외국 영화를 보던 경험 등을 소개했다.

그는 아버지가 반공 분자로 몰려 고초를 겪은 뒤 2번의 시도 끝에 탈북, 다큐멘터리에서 본대로 방콕의 미 대사관에 난민 신청을 해 2013년 미국 시민이 됐다.

양 씨는 "자유를 얻었지만 미국에서 살기는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면서도 "매일 자유를 누리는 인간이 됐으며, 모든 북한 주민들이 인간으로서 살았으면 하는 것이 내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탈북자에게 영어 등을 가르치는 비영리 단체인 '북한 이탈주민 글로벌 교육센터(TNKR)에서 활동하는 매튜 맥거원 중위의 주선으로 성사됐다.

맥거원 중위는 "우리의 리더와 한국인들은 우리가 한국에 주둔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탈북민들은 그 이유를 더욱 분명히 알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이 탈북민을 초청해 강연행사를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성조지는 이번 행사가 북한에서의 삶을 미군이 직접 들을 수 있는 드문 행사라고 평가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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