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북한이 한때 강력한 우방이었던 이집트의 정치인과 언론인 등을 최근 평양으로 대거 초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하면서 북한이 고립 탈피를 위해 우방국 껴안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16일 이집트 외신 특파원과 현지 소식통 등에 따르면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관은 지난 9월~10월 이집트 정치인과 접촉해 이집트 사절단을 구성해 평양을 방문해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현지에서는 북한이 이집트의 정치·언론계 인사들을 집단으로 초청하기는 보기 드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절단 구성 요청을 받은 이 정치인은 이후 주변의 다른 정치인들과 이집트 언론사 간부·기자들과 만나 사절단에 합류해 줄 수 있을지 문의했다.

북한대사관은 또 최근에 대사관 내부에서 외교 행사를 개최하고 초청 객을 대상으로 평양 방문 여부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 사절단은 정치인과 언론인 위주로 대략 20명 수준으로 꾸려졌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근 평양 방문이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집트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이집트 정치인 등의 평양 방문을 추진한 것은 맞지만 얼마 전 유야무야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이집트 유력인사 집단 초청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는 와중에 진행됐다.

특히, 북한의 전통적 우방으로 꼽힌 이집트가 남북한 외교 기조에서 한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는 등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이자 이집트와 관계 개선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집권할 때만 해도 이집트의 든든한 동맹이었다. 그러나 무바라크가 2011년 시민혁명으로 퇴진한 이후 이집트가 2차례나 정권이 더 바뀌면서 남북 외교 노선에서 갈수록 차이가 뚜렷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그 변화는 북한의 올해 2차례 핵실험 후 이집트 정부의 대응 과정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이집트 외무부는 지난 9월 북한이 제5차 핵실험을 감행한 당일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중동 국가 대부분이 북한의 핵실험에 침묵하거나 뒤늦게 짤막한 비판 성명을 내놓는 경향 속에서 이집트 정부의 행보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당시 중동 국가 중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 규탄 성명을 내놓기도 이집트가 맨 처음이라고 우리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이집트의 한 외교 소식통은 "이집트가 북한 핵실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국제무대에서도 한국의 의견을 듣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예전과 비교하면 협조를 받기가 더욱 수월해진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소식통은 "이집트와 북한이 과거 매우 가까운 사이였고 지금도 정치적 관계가 유지되는 탓인지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해서는 지금도 북한의 편을 드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집트는 가말 압델 나세르 대통령 시절인 1963년 북한과 수교했다. 한국과는 무바라크 시절인 1995년 국교를 수립하고 나서 경제 분야 등에서 관계를 강화했다.

북한 평양 시내 모습 [평양 조선신보=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집트 국기를 든 카이로의 시민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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