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통일 후 북한에 캄보디아식 전범재판소 설립해 심판을"
  • 관리자
  • 2016-10-18 09: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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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백강진 크메르루주 유엔특별재판소 재판관
인터뷰하는 백강진 크메르루주 유엔특별재판소 재판관(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백강진 크메르루주 유엔특별재판소(ECCC) 재판관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0.17 ryousanta@yna.co.kr
"반인권 범죄 해결책 모색"…백강진 유엔 캄보디아 전범재판소 재판관 인터뷰 
"4차 산업혁명 못 따라간 법조인, 기계에 대체돼도 항의말라"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통일 후 독립된 (북한) 전범재판소를 세우게 된다면 캄보디아 재판소가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이해 당사국 입장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옵션입니다."

백강진(47·사법연수원 23기) 유엔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ECCC) 재판관은 17일 인터뷰에서 자신이 몸담은 ECCC가 향후 북한 지도부의 반인권 범죄를 단죄하는 데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백 재판관은 "유엔은 이미 북한 지도자의 반인권 범죄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거나 독립된 재판소를 설립하라고 했다"며 북한이 ICC 비가입국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ICC 직권 회부를하기 어려운 만큼 캄보디아와 같은 독립재판소 설립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ECCC 모델을 따르면) 재판소는 북한이나 북한 근처에 세울 수 있으며, 그 나라 판사들이 관여도 한다"며 "결국 현지인들이 필요한 적절한 해결책을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라고 현지 주민의 의사를 반영한 독립된 재판이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ECCC는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주범 크메르루주 정권을 대상으로 한 재판을 전담하고자 2005년 설립된 유엔 특별재판소다. 캄보디아 국적 재판관과 함께 백 재판관처럼 유엔이 지명한 국제재판관이 함께 전쟁범죄를 심판한다.

백 재판관은 제3국에 위치한 ICC와 달리 캄보디아 현지에 있는 ECCC의 경우 범죄 피해자가 물리적으로 재판에 참여할 수 있어 금전 배상뿐 아니라 현지화된 화해·치유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도) 책임자를 처벌할 것인지, 진실과 화해 등의 구제수단으로 회복적 정의를 줄지 앞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어떤 식으로든 매듭을 짓는 게 정말 중요하다. 이도 저도 아닌 것으로 남겨놓는 것은 안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하는 백강진 크메르루주 유엔특별재판소 재판관
인터뷰하는 백강진 크메르루주 유엔특별재판소 재판관(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백강진 크메르루주 유엔특별재판소(ECCC) 재판관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0.17 ryousanta@yna.co.kr

백 재판관은 1994년 서울지법 동부지원에서 시작해 법원행정처 정보화심의관, 서울고법 대등재판부 판사(지방법원 부장판사급) 등 20여 년간 법관으로 재직하다 2015년 ECCC 재판관으로 지명됐다.

현재 국제 재판소에서 활동하는 한국 판사는 백 재판관과 그에 앞서 ECCC 재판관을 지낸 정창호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 등 2명뿐이다.

그는 18일 대법원이 주최하는 '4차 산업혁명의 도전과 응전 : 사법의 미래' 심포지엄 참석차 캄보디아에서 귀국했다.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WEF) 설립자 클라우스 슈밥이 주창한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이 결합으로 재편되는 미래의 산업 구조를 뜻한다.

백 재판관은 "CT 차트는 이미 기계가 인간보다 잘 읽고, 스포츠 기사도 컴퓨터가 더 잘 쓴다"며 "미국에선 기존에 존재하는 데이터와 판례를 분석해서 판결을 예측하는 작업이 오히려 (법률가보다)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법률가들은 그간 창조적 문서를 작성해왔는가, 과연 인간적인 문서를 작성해왔는가 자문해봐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다면 기계에 대체되더라도 크게 항의할 게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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