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5-05-31 06: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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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과나눔 재단 설립 후 지난 10년은 166만5648명의 통일 염원으로 빽빽이 채워져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고 400만원이 든 봉투를 재단 사무실에 놓고 간 노신사, 저금통을 들고 온 초등학생, 통장과 도장을 들고 찾아온 이산가족 어르신, 매달 1000원씩 기부하는 학생과 군인들. 모두 ‘통일’ 앞에서 한뜻이었다.
10년 전 재단에 개인 전 재산 2000억원을 쾌척해 화제가 됐던 이준용(87) DL그룹 명예회장은 26일 본지에 “통일은 후손들에게 물려줄 가장 좋은 선물”이라며 “대한민국처럼 조그마한 나라가 성공적으로 세계를 이끄는 위치에 갈 유일한 길은 통일”이라고 했다. 이 명예회장은 “남북이 서로 화합해 통일에 힘쓰기를 바라고 제 도움이 (통일을 위해) 더 의미가 있는 일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명예회장은 10년 전 자신의 결정에 대해 “하루아침에 갑자기 내린 결정이 아니라 오랫동안 생각해온 일을 실행했던 것”이라며 “당시 남북 문제가 우리나라의 앞날을 좌우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동참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라고 했다. 출연 당시 2000억원으로 평가된 비상장 주식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통일과나눔 펀드는 각종 사업을 해오고 있다.
당시 이 명예회장의 결정은 통일과나눔펀드 모금 운동을 전 국민적으로 확산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황해도 평산 출신인 원로 배우 신영균(97)씨는 탈북 학생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10억원을 쾌척했다. 신씨는 본지에 “일제강점기 때 어머니가 자식들 공부는 서울에서 시킨다며 일가친척도 없는 서울에 와서 고생을 참 많이 하셨다”며 “같은 이북 출신으로 한국에 온 우리 젊은 탈북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 것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내 나이가 지금 거의 백 살인데 죽기 전에 통일되는 것을 보는 게 소원”이라며 “내가 살아보니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다. 통일은 반드시 온다”고 했다.
통일나눔펀드에는 고액 기부자뿐 아니라 각양각색의 통일을 바라는 사람들이 동참했다. 2015년에는 서울시 25개 구청 무기계약직 환경미화원 2454명이 십시일반해 1227만원을 모아 통일과나눔 재단에 전달했다. 평균 연봉 3600만원 안팎인 이들이 “환경미화원들도 통일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나섰다. 당시 기부에 동참했던 탈북자 출신 환경미화원 김모씨는 “평안남도에 살고 있는 형님과 누님이 떠올라 눈물이 다 났다”며 “통일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북한 동포들도 똑같을 것”이라고 했다.
원로 화가 신양섭(83) 화백은 은사에게 물려받아 32년 동안 간직해 온 ‘국민 화가’ 이중섭(1916~1956)의 팔레트를 기부했다. 그는 “빨리 통일돼 이중섭 화백의 화구(畵具)가 선생의 북녘 고향 땅을 밟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후 신 화백은 매달 1만원씩 100회 이상 꾸준히 통일과나눔 재단에 기부를 했다. 임관빈(72) 예비역 육군 중장은 “100세를 일기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마지막 말씀이 ‘우리 국민이 잘살고 우리나라가 잘되는 게 소원’이었다”며 2016년 평북 정주 출신이셨던 어머니를 기리는 마음을 담아 부의금 등 600만원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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