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5-02-28 08: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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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회원국 고위 대표들이 글로벌 인권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결국 미국 대표는 나타나지 않았다.
제58차 유엔 고위급 회기가 지난 24일(현지시간)부터 유엔 제네바사무소 E빌딩에 열리고 있지만 회의장에 늘 앉아 있을 것 같던 미국 대표 자리는 이번 회기 내내 비어 있었다.
러시아와 팔레스타인 대표석 사이에 있는 미국 측 자리에는 국명을 나타내는 팻말마저 치워져 있다.
예기치 못한 일은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서 탈퇴하라고 정부에 명령했다.
유엔 산하기구들을 포함한 각종 국제기구에 대한 미국의 예산 지원이 그동안 과도했던 반면 이 기구들의 의사결정이 편향적이거나 불공정하다는 이유에서다.
최대 기부국인 미국의 탈퇴는 국제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유엔 전체 기부금의 28%를 담당하던 미국의 탈(脫)유엔 움직임은 당장 각종 인도적 사업의 막대한 차질을 의미한다.
돈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권과 평화, 인도주의 등 유엔 회원국이 공유하던 가치체계를 지지하던 미국이 유엔의 역할을 외면했다는 점은 회원국 내부 균열이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당장 이스라엘이 미국을 따라 유엔 인권이사회를 탈퇴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구심력이 약해지고 각자도생의 분위기가 짙어지면 보편적 가치로 여기던 사안들마저 저마다의 국익에 따라 재단될 우려도 커진다.
미국 대표의 빈 자리가 단지 유엔의 재정 문제만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국제사회의 가치연대가 흔들릴 가능성까지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AI) 규범, 기후변화 대응, 인류의 보편적 건강 보장 등 일반론엔 누구나 동의하지만 각론을 두고는 각국의 이해가 갈리는 이슈가 유엔에는 산적해 있다.
한국으로선 북한 인권 문제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자의적 구금과 고문, 강제실종 등 북한 인권 문제의 체계적 기틀을 만든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2014년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미국의 역할이 컸다. COI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설립됐고, 미국의 강력한 지지 속에 활동했다.
이후에도 미국은 북한 인권 문제 공론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한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 호주 등이 큰 관심을 보이며 북한 인권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것도 사실이지만, 미국의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로 북한 인권 문제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관심도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예단하긴 이르다는 관측도 작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관심 밖에 둘 거라는 단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에도 한미일 3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거듭 요구했던 것처럼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미국의 입장이 종전대로 유지될 거라는 기대도 있다.
그동안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에 초당적으로 접근했던 점,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북미 관계가 급속도로 변화할 가능성 등을 두루 고려하며 신중하게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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